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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06. 2024

우리는 가족입니다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56

Wir sind eine Familie By 문 정


우리는 가족입니다 

    

나는 남편을 좋아한다.

이 철딱서니 없이

눈빛만 반짝거리는 인간.


아하하하하하핳 

하고 큰 소리를 내는 웃음이 좋고

아무 좋은 일이 없는데도

그냥 싱글벙글거리는, 사람 가벼움이 좋다.


혼자 음악 듣다가 좋은 곡이 나오면

같이 춤추자며 내 손을 붙들고

흔들흔들 빙빙 도는 것이 웃기지만

나는 이 유치함이 또 좋다.


기껏 발코니에 서 있으면서

아름다운 곳에서는 키스를 해야 한다면서

눈곱 낀 내 얼굴에 입술을 들이대는

로맨틱할 일에 얼굴 붉히지 않는 뻔뻔함이 좋다.   


자기 나라에 제 짝이 없어서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처럼 어렵게 서로를 찾아내어

머리 색도 눈 색도 다른 둘이

서로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닮아가며

한가족이 되어서 산다.

내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내게가족이있어참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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