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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12. 2024

미안하다 종철아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62

미안하다 종철아  

   

종철이는 태국의 어느 개천에서 태어나

한 아이의 그물망에 낚이는 바람에

한국으로 수출되어 해운대 이마트에서

삼천 원에 나한테 팔려왔다.


당시 부산에 단기 임대한 집주인 이름이

김종철이라서 그냥 종철이로 불렀다.

2리터 크기 어항에 다이소에서 산

플라스틱 수초만 넣어주었다.


손거울을 보여주면 자기 얼굴을 보고

싸우겠다고 버럭 하며 지느러미를 펴고

손끝에 먹이를 붙이고 종철아 점프! 하면

펄쩍 뛰어서 내 손에 먹이를 낚아챘다.


독일로 올 때 엄마 집에 맡기고 왔는데

서운한 마음에 독일 집에 와서는

몸값 비싼 베타 세 마리를 사서

디카프리오, 태호, 애기라고 이름 지어

세 개의 어항에 한 마리씩 키웠다.


이들은 종철이 형 덕분에 진짜 수초들로 장식된

궁궐같이 넓은 어항에서 왕자처럼 살다가

짧은 명을 다하고 차례차례 용궁으로 갔고

종철이는 1일 3식을 철저히 지키며 조금 더 살았다.

가진 것 없는 개천 출신 종철이가

왕자들보다 더 길고 가늘게 살다 간 셈이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종철이는사람을잘따르고 #디카프리오는부끄럼이많고

#태호는남성그잡채 #애기는너무사랑스러운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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