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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11. 2024

나의 낭만적 부엌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61


나의 낭만적 부엌

  

저녁에 밥 하는데

부엌 창밖이 저렇게 아름다울 일인가?


천상의 색으로 그린,

하늘에 계신 미켈란젤로 님의 작품을 

내 부엌에다 걸어놓은 듯하다.

낡은 부엌이지만 

이런 호사스러운 낭만이 있다.

 

오늘 메뉴는 낭만적 떡갈비.

내 부엌에는 배기후드가 없어서

고기 구울 때 창문을 조금 연다.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떡갈비 한번 뒤집고.


머리 위로 툭 툭 투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은 날은

베이컨 썰어 넣고 치즈 좀 뿌려

낭만적 김치전.


창문에 소리 없이 눈이 내리 날은

북어를 오래 지긋이 고아

두부랑 콩나물 좀 넣고

 뜨듯하게 낭만적 북엇국.


주의사항:

여름에는 음식이 익기도 전에

얼굴이 먼저 익어버린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낡았지만아름다운부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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