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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태어나서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60

by 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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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태어나서

5년 전에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에서

쥐나를 만났다.


내 결혼식 때 마지막으로 보고

그녀가 런던에서 일하고 있을 때다.

블랙 스판 원피스를 세련되게 입고

제법 런더너 같이 멋있었다.


우리는 야외테이블에 다리 꼬고 앉아

대낮부터 와인을 시켰다.

정신없이 밀린 수다를 떠는 동안

내 얼굴은 와인 한 모금에 분홍색으로

두 모금에 빨간색으로 변해갔다.

마침 빨간 코트를 입고 있어서

지나가던 누가 불이야~ 외칠 뻔했다.


제발,

다음 생에는 대낮에 와인 몇 잔 마셔도

멋있게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알코올 해독 잘 되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멍게 한 접시 따악 놓고

소주도 한 병 따악 까버리리라.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그럼맨날낮술마실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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