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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16. 2024

나도 연필로 썼어요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66

나도 연필로 썼어요

    

통영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가기 전에

좁은 통영 땅에서 수많은 남녀상열지사가

발생했는데 하루 일곱 탕을 뛴 적도 있다.


마음속으로 서로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그의 찐친이 나를 대놓고 좋다 하는 바람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내색 한번 못하고

그는 애달픈 눈길만 보내다가 서울로 갔다.


서른 살 즈음에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서울서 부산까지 나를 보러 온 적이 있다.

딱히 기억나는 대화는 없는데

내 인생이 아주 까슬까슬하던 시기라

얼굴 피부도 영 그랬는지 나를 안쓰럽게 보며

피부관리숍이라도 끊어주까 하고 물었던 것 같다.


장가라도 가는가 보다.

그렇게 얼굴 한 번 보고 택시 타고 온 길로 횡 갔다.

그 후로는 본 적도, 소식을 들으려고 한 적도 없다.

두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다는 둥 했겠지.


사람을 좋아하려면 좀 진득하게 지켜봐 주지.

영양크림이라도 하나 사주고 가든가.

그때 그러고 가서

피부 좋은 서울여자한테 장가갔냐?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첫사랑손절한이야기

#마박이보고별말없어야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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