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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01. 2024

먹을 때를 기다리며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81


먹을 때를 기다리며


한국 오자마자 꽁지가 핑크색인

시금치를 한 단 사다가 살짝 데쳐서

양파 조금 썰어 넣고 소금 톡톡 뿌려

조물조물 무쳐서 먹었다.

우리 1월 시금치 맛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겨울에는 무가 달달하니

엄마한테 무나물 좀 해달라고 했다.

무나물은 엄마표가 낫다.


이제 나는 먹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

다시 먹을 수 있어서.

입안에 음식을 넣을 때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나 본 사람.


올해는 겨울딸기가 참 달다.
3월에는 산딸기가 나오길 기다린다.

4월까지 있으면서

봄 도다리 쑥국도 먹고 가야지.


여름 장마 오기 전에

후무사 자두와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좋을 텐데.

9월부터 11월까지는 청무화과를 매일 먹을 텐데.

기온이 뚝 떨어지면 통영 총각이 잡은 

홍가리비 살이 올라 억수로 달 텐데.


세월이 너무 빠르다 한탄하면서도

찾아 먹을 때를 기다리 

내일이라는 새날이 다시 오는 것에 감사한다.

언젠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좀 있으면 무화과철인데,

겨울이 오면 딸기가 맛있을 텐데 라면서

조금 더,

조금 더 살고 싶어질 것 같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딸기먹고싶어서죽기싫은사람

#먹기위해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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