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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30. 2024

동백꽃 떨어질 무렵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80


동백꽃 떨어질 무렵

   

예사로 보던

동백꽃이 좋아졌다.

친구도 그렇단다.


나 어릴 적 콧물 흘리고 놀던

바다 마을 산그늘에 지천으로 붉은 동백이

피었던가 안 피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어린애가 동백꽃이 피든 지든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바다 마을 동백은

겨울 찬바람에 반짝이는 잎들 사이로

붉디붉은 꽃을 피운다.

겸손하게도 향기는 없다.

화려한 붉은색 원피스에 노란 백을 들고

샤넬향수 듬뿍 뿌리고 나가면

보는 사람이 오히려 인상을 쓴다.


가장 예쁘게 꽃을 피웠을 때

바람도 없는데 무심히,

꽃모가지를 땅에  떨어뜨려 버린다.

너무 붉어서 뚝.

그만 예뻐라 뚝.

뚝. 뚝. 뚝. 뚝.

화생()에 가장 아름다운 

이제 시간이 됐다며 뚝.

못다 한 붉은 청춘은

누워서도 여전히 하늘을 본다.


4에는 지심도에

동백꽃 떨어지는

서러운 소리나 들으러 가야겠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나이들면꽃이좋다메 #동백은통영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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