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 높은 행복을 찾아서
오늘 아침 침대를 짚다가 손목을 삐끗했다. 삘 것까지야 있었나 싶으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 싶은 기분이었다. 이미 내 손목은 몇 주 전부터 상태가 안 좋다고 계속해서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저릿저릿하면서 뻐근한 불쾌한 통증. 하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 애써 무시하며 대수롭지 않게 방치했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사실 요가에서 손목 부상은 흔히 있는 일이다. 특히 나는 다수의 현대인이 그렇듯 몸의 균형이 맞지 않고 틀어져 있는 데다가 손목, 발목이 원체 얇기도 하다. 그렇게 오래 운동했는데도 불균형이 있나요?라고 혹자가 묻는다면 꽤 머쓱한 일이지만 나는 불균형이 아직도 심한 편이다. 그래서 예전에도 요가만 하다가 손목의 부담과 몸의 틀어짐을 느끼고 한동안 균형을 잡아보겠다고 필라테스를 다닌 적도 있다. 필라테스에서 배우는 몸을 바로잡는 동작들은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24시간 중에 고작 1시간으로 틀어졌던 몸이 바로 잡히는 건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1:1 필라테스는 가격적인 부담도 많이 되었기에 20회만 배우고 그 후에는 배운 걸 혼자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다. 하지만 집중해서 딱 끝내고 나면 운동한 느낌도 나고 성취감도 있는 크로스핏이나 요가, 헬스 같은 운동과 달리 몸의 균형을 바로 잡는 스트레칭의 영역은 영 재미가 없었다. 결국 몸을 바로잡는데 노력을 붓지 않고 이제껏 그저 나 좋을 대로만 운동해 온 것에 대한 지당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다쳐도 싸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다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곰곰이 곱씹으며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언짢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손목 좀 삔 거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일상생활 내내 은근한 불편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단 예정에 없던 병원에 가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만 무거운 걸 들거나, 하물며 이를 닦다가도 손목이 저릿저릿하다.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그중 제일은 역시 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차곡차곡 쌓여 돌아가는 일상에 차질이 생긴다. 일단 손목을 짚는 자세인 '다운독'이 기본 베이스가 되는 요가는 당연히 갈 수가 없다. 크로스핏도 보통 한 와드(wod)에 하체, 상체, 전신 운동을 골고루 섞어서 배치하기 때문에 보통 그중 한 동작 정도는 손목을 쓰게 되어있다. 팔 굽혀 펴기에도 손목이 쓰이고 바벨이나 덤벨을 사용하는 동작도, 심지어 철봉에 매달리는 동작도 손목은 쓰인다. 헬스장에 가도 상체 운동은 당연히 할 수 없고 하체만 한다고 하더라도 도구나 기구를 활용하는 운동은 손목을 아예 안 쓰기가 힘들다. 결국 손목이 다치면 집에서 하체 홈트 정도나 가능한 것이다. 아아 이런. 성에 차지 않는다.
인간은 간사하다. 건강은 참 있을 때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잃고 나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손목을 삐기 전에는 이런저런 사소한 불만이 내 삶을 잠식하고 있었는데 딱 손목을 다치고 나니 온 신경이 손목으로 쏠린다. '다른 걸로 불평하지 않을게요. 아프지만 않게 해 주세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픈 데가 없을 때도 이 마음을 기억한다면 세상을 참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 인대 좀 늘어난 정도라서 며칠만 쉬면 괜찮아진다고 한다. 다음번 요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늘 갈 수 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못 갈 수도 있었는데 갈 수 있어지니까 행복해진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별 일 없이 하던 대로 운동할 수 있는 일상이 실은 빈도 높은 행복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