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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면 운동할 곳들을 다시 찾아야 하잖아?

드디어 수영을 배울 때가 왔다.

by 배아리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군인 가족으로써 빈번하게 이사를 다녀왔지만(초등학교를 무려 6곳이나 다녔다.) ‘이사’라는 것은 참 익숙해질 듯 익숙해지지 않는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설렘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부근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오며 내 취향에 맞는 공간들을 차곡차곡 모아 왔는데, 이제 애써 모아 온 그 익숙한 것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건 섭섭한 일이다. 무엇보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공을 들였던 게 운동 스케줄이었던 만큼 이 부근에서 나에게 맞는 요가원과 크로스핏 박스와 헬스장을 다 찾아두었는데 이제 이사가게되면 그곳에서 또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 둘 찾아 모아야 한다. 그 점이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새롭게 운동할 곳은 어떤 곳들일까? 하는 묘한 기대감도 있다. 이번에는 설레발치지 말고 이사 가서 찾아보자고 나 자신을 달랬으나 한순간 찾아든 궁금증은 나에게 지도 어플을 켜게 만들었다.


요가원, 크로스핏 박스 등 괜찮아 보이는 곳들을 차근차근 메모장에 정리한다. 가격은 어떤지, 이사 갈 집에서는 얼마나 걸리는지, 타임 테이블은 내가 운동하고자 하는 시간대와 맞는지 등등. 찾아보고 괜찮은 곳을 수집해 나가는 일은 즐거웠다. 이런 거라면 언제든 탐욕스럽게 찾아볼 준비가 되어있다. 이번에는 한 군데를 더 찾아본다. 바로 수영장이다. 수영…! 수영을 다시 배우는 건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어릴 때 수영을 다 배웠었으나 이상하게 자유형은 잘 되지 않았다. 배영, 평영, 접영 모두 할 줄 알았으나 막상 성인이 되고 수영을 할 일이 생겼을 때 자유형이 아닌 다른 영법을 하는 건 조금 민망한 일이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평영..? 폼이 안 나고 접영은 너무 관종 같으니까..? 하지만 이미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출근 전에 요가를 다니고 주에 한 번 정도는 퇴근하고 크로스핏을 가던 나에게 수영까지 배울 시간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 언젠가 배우고 싶다는 비교적 비중이 작은 소망 정도로 간직해 둔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드디어 퇴사한 지금, 마치 이제껏 누가 운동을 못하게라도 한 마냥 계획표에 어떻게든 많은 운동을 욱여넣고 있는 요즘이 내 오래된 작은 버킷리스트를 시도해 보기에 가장 알맞은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수영할 곳을 찾아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수영장이 최근에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오전 수업을 개설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멋대로 운명이라고 단정 지으며 내키는 만큼 행복해하는 버릇이 있다.


이사 가면 갈 곳들을 정리해 두니 마음이 든든하면서도 수영을 배워야 하는데 수영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워낙 이것저것 다 도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인간으로서 ‘장비병’만큼은 걸리지 말자는 다짐이 당연하게 자리 잡았다. 뭔가 돈을 쓰고 싶어지면 깐깐한 백수 마인드로 점검하게 되는 요즘, 수영을 오래 하게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쓰는 게 조금 께름칙하지만 어쨌든 수영을 시작하려면 수영복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수영복을 하나 고르는 건 피치 못할 일이라며 스스로에게 합리화한 후 알록달록한 실내용 수영복을 검색해 보았다. 나이키 자수 수영복이 유독 예뻐 보인다. 나는 원래 나이키에 사족을 못쓴다. 맵시 나는 컬러감으로 뽑힌 수영복에 보란 듯이 박힌 나이키 스우시 로고가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그렇게 쨍한 컬러 몇 개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만족감을 느끼며 노트북을 닫았다. 새로운 공간에서 배워나갈 새로운 운동을 은밀하게 기대하며 이사 준비의 귀찮음도 애써 흐릿하게 지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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