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할 때 가서 후회한 적이 없는데도

여전히 매번 갈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것, 운동

by 배아리


나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하나 있다. 운동을 그래도 꾸준히 약 10년 간 해왔으니 일주일에 2번씩만 다녔다고 쳐도 이때까지 약 천 번은 갔을 것이다. 이만큼 타율이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천 번을 가면 천 번 다 하길 잘했다는 만족감이 확실하게 남는다.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 중에 내가 하는 다른 것들로는 쇼핑, 맛있는 거 먹기, 친구 만나기 등이 있다. 맛있는 거 먹기나 쇼핑은 할 때는 좋지만 아무래도 자주 하면 불어난 몸과 줄어든 통장 잔고가 나를 반길 것이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내가 원할 때마다 항상 할 수 있는 게 아닌 데다가 어떤 날은 만나고 나서 오히려 묘하게 기분이 다운되는 날도 있다.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거나 친구의 말이 마음에 걸리거나 아니면 만나고 났더니 그냥 마음이 허해진다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그에 비해 웬만하면 운동은 다치지 않는 이상 하고 나서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잘 없다. 인간은 학습 능력이라는 게 있다는데, 이 정도로 반복해서 학습했으면 이제는 운동을 갈지 말지 하는 고민을 그만해야 맞지 않나. 그럼에도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운동을 가야 할 때마다 갈까 말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한다. 가끔은 내가 운동이라는 영역에서는 혹시 학습력이 없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할 정도다. 다녀오면 몸에도 좋고 기분도 좋고 다 좋은데 왜 항상 고민을 하는 것일까. 그러니 정말 풀리지 않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반복 학습을 통해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운동을 가도 되는 때와 쉬어야 하는 때의 구분이다. 경험상 아플 때는 쉬는 게 맞고, 피곤할 때는 가는 게 낫다. 특히 몸을 써서 피곤할 때 말고,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었는데 피곤할 때는 꼭 가는 게 좋다. 회사에서 오후나 퇴근할 무렵이 되면 몹시 피곤해서 운동을 갈지 말지 첨예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게 정신적 피로인지 육체적 피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전날 특별히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도 큰 체력 소모가 없었다면 그건 정신적 피로라 보는 것이 맞을 터. 그럴 때 가기 싫음을 이겨내고 운동을 끝내고 나면 오히려 가기 전보다 더 컨디션이 좋아졌음을 느낀 날이 많았다. 특히 뇌를 많이 써서 안개 낀 듯 머리가 멍한 날에는 마치 뇌를 빼서 깨끗이 씻어 다시 끼운 것처럼 상쾌해진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결국 오늘의 나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이제 기지개 한 번 켜고 운동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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