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플렉스 집콕 라이프
잘 나가는 연예인에게 가장 부러운 것
<나혼산>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 특히 잘 나가는 탑배우의 삶은 매우 좋아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것은 장기간 집콕 생활.
어떤 일이 끝나면 몇 달간 휴식 내지는 재충전의 시간이 있다는 것.
일 년 내내 주중이면 출근하느라 바쁘고 주말 이틀도 이런저런 일로 종종거리며 바삐 보내고,
월요일이면 다시 물먹은 솜처럼 지쳐서 퇴근하는 그런 삶을 반평생 살아온 나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였다.
이따금 받는 휴가도 길게 가봐야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하지만 그것도 집에서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일상 해독을 위해 어디로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이를 악물고 여행을 떠나곤 했으니까.
가 있는 동안에는 잊혀지지만, 돌아오면 결국 남은 건 줄어든 통장 잔고와 지친 몸,
곧 다가온 출근 날짜 등으로 왠지 그냥 속은 느낌!
호기롭게 떠난 여행까지도 결국 자본주의 소비 진작 책동에 말려들고 말았군 하는
배신감이 들 정도로, 스스로가 뭔가 거대한 세트장에 갇혀 ‘벌고 쓰고’를 되풀이하는
쳇바퀴 속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새 ‘몇 달간 집콕 생활’은 나의 로망이었다.
그냥 내 집, 내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몇 달을 보내 보는 것
집에서 몇 시간씩 내키는 대로 운동도 하고, 딩굴딩굴 책도 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도 해 먹고, 평일 점심에 친구들 초대도 하고.
적어도 개강 전까지 두 달의 시간은 여한 없이 홈콕 생활을 하리라. 결심했다.
특히, 아침 풀타임 운동
큰 아이 낳고 무릎이 시큰해서 시작한, ‘일주일 2,3회 조깅’이 습관이 된 지 어느새 23년이다.
처음엔 그냥 조깅만 하다가, 나이 들면 스트레칭이나 근육 강화가 필요하다 해서
4년 전부터 필라테스 내지는 요가 수련도 주 2회 추가됐다.
조깅에 필라테스까지 더해 주 4~5회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려면 결국 안정적인 저녁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시간은 너무 힘들고, 점심시간은 언제 급한 일 생길지도 몰라 좀 불안하니까.
결국, 일주일에 3,4번은 퇴근하고 부랴부랴 필라테스 강습소에 가거나 홈트를 하거나
저녁 조깅을 했다. 나에겐 저녁 시간도 온전한 휴식 시간이 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적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건대
연예인들은 아침 2~3시간은 가볍게 운동에 할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새벽이나 점심, 저녁 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멀쩡한 일과 중에 PT도 받고, 요가도 하고, 유산소 운동도 하는 모습은
정말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만 같았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동경을 넘어, 왜 못해? 하는 반문도 해 봤다.
그래, 자유시간이 생기면 난 꼭 저걸 해보리라
요가와 조깅을 한 번에
그리고, 퇴사 후 첫날.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아침 8시,
남편과 딸아이는 이미 집을 나선 시간. 그리고 평소 내가 출근하고 있을 이 시간에
나는 여유 있게 요가복을 챙겨 입고 매트를 깐다.
구독하는 요가 선생님 유튜브를 켠다. 고를 것 없이 한 시간짜리 풀타임 요가를 시작한다.
땀이 흐르고, 목이 말라 중간중간 물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동작을 이어간다. 마음이 여유롭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무렵이다.
요가의 마무리는 대부분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로 끝맺는다
3~4분 정도 아무 동작 없이 그냥 누워서 명상하는 자세다.
평소 대부분 스킵하고 넘긴 동작이다.
집에서 짬이 나 혼자 요가를 할 때, 중간에 액티브한 동작 부분에서는 열심히 따라 하다가도
끝부분이 되어 3~4분 그냥 눈 감고 이완하라 그러면,
아 이제 끝났구나 하고 갑자기 다음에 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져서
도저히 그냥 맥 놓고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거의 조급증 환자 수준 아닌가.
늘 마무리 그 시간을 못 채우고 유튜브 영상을 끄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누워있으라고 하는 만큼 멍하게 그냥 누워 있는다.
확실하게 이완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일어나 합장을 하고 ‘나마스떼’를 힘차게 외친다.
요가를 마치면 허겁지겁 다음 할 일로 넘어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야외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집 근처 공원, 사람도 별로 없는 9시 반 10시 무렵에 조깅을 시작한다.
대략 11시까지. 땀이 나도록.
그리고 집에 돌아와 첫날엔 반신욕을 했다.
다음날엔 가벼운 샤워.
그냥 내키는 대로.
아, 좋다.
연예인이 부럽지 않다.
먹고 싶은 시간에 그냥 있는 걸로 식사
그리고, 밥이건 빵이건 냉장고에 그날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먹고 싶은 대로
브런치를 챙겨 먹는다.
주부 경력도 꽤 오래된지라, 주말에 장 본 식재료 몇 가지만 있으면
그에 따라 가능한 메뉴 선택지가 떠오르고,
그중 가장 간단한 걸로 해서 먹으면 그만이다.
이런 거다. 내가 사실 대단한 호사를 바란 게 아니었다.
돈 많은 럭셔리 라이프가 아니라,
그냥 내 시간에 자유로운 프리 라이프
그렇게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연예인이 부럽지 않은, 퇴사 플렉스 집콕 라이프다.
집콕 플렉스에 대한 변명
‘흥, 오래 못 버틸걸?’ 하던 남편도
의외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이프를 보며,
이대로 계속 쉴까, 근심이 깊어지는 눈치다.
하지만, 나에겐 대학원이라는 안전망이 있다. 적어도 2년간 무직자는 아니다.
그리고, 박사 과정이 끝나면, 제대로 된 밥벌이는 안되더라도 강의의 기회는 올 것이다.
공부뿐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자신 있는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도 분명 생길 것이다.
연예인들도 뭐 향후 작품이나 찾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은 있겠지.
그러나, 의연하게 그 마음을 내려놓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며 주어진 휴식시간을 즐기는 것 아니겠는가.
뭐 연예인은 아니지만
나도 적어도 3월 개강 전, 퇴사 허니문 2개월은 맘껏 누리리라
집콕 라이프의 윤활유, 요가를 배워 두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