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로 Nov 27. 2022

중남미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인턴이 끝나면, 모은 돈으로 중남미를 여행하고 싶었다.  일단 돈이 모이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했으니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마음 한켠에는 중남미 여행에 대한 동경 한 줌, 취업을 앞둔 시기에 엇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한 줌이 있었다. 취업을 하기 전인 시기에 장기여행을 갔다 와서 한국사회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웠다.  


내가 왜 중남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곱씹어 보았다. 해외봉사를 가고 싶었던 곳도, 인턴을 가고 싶었던 곳도, 개발협력 분야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지역은 중남미였다. KOICA 인턴을 신청할 때 1 지망, 2 지망, 3 지망 모두 중남미 지역으로 신청을 했었으니, 중남미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인턴을 끝내는 시점에 어느 정도 돈은 모였고 장기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여행을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으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고민은 길었지만, 한 번 결정하고 나니 그다음 결정들은 쉽고 빨랐다. 우선 입국할 나라를 아르헨티나로 정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려고 하니 얼마나 갈지, 어디를 갈지, 이 예산으로 얼마나 많은 곳을 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후기나 여행자료를 찾아보아도 개인차가 컸기 때문이다. 장기여행을 꿈꿨지만 소매치기를 당해 한 순간 중도 귀국하는 사람이 있었고, 생각보다 소비가 적어진 탓에 여행이 길어졌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행지에서 시위가 일어나서 그 동네를 그냥 지나치기도 했고, 시위로 인해 한 동네에 내내 묶여있기도 했다. 장기여행 계획을 정하려고 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3일 치 루트만 정하고, 그다음부터는 여행 책자와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중남미 여행은 너무나 변수가 많았기 때문에, 무계획 여행이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남미 여행 계획을 알리자, 한 친구는 말했다. "중남미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이 바뀐다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런 이야기는 남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허세 섞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살아온 것들의 습성이 남아있는데, 여행으로 생각이 크게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에게도 그 말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미 여행은 내 삶의 순간들과 결정들을 바꾸어놓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