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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로 Nov 28. 2022

중남미 여행으로 이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남미 여행은 이따금씩 감동의 울림을 주기도 하며 여러 측면에서 나를 성장하게 했다.

 

첫째,  삶의 형태는 다양하다

여행을 가기 전, 내 주위의 사람들의 삶의 형태는 비슷했다. 학교나 조직의 형태를 쫓는 삶이었다.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가장 든든해했고, 그 안에서의 개인마다 역량을 펼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대학생 때 알바로 모은 돈으로 세계 여행을 하는 친구, 중남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세계여행을 하는 동생, 미국에서 태권도 사업을 하는 오빠, 퇴사를 하고 여행 중인 신혼여행 부부, 중남미에서 2년 차 봉사활동을 하다가 여행하는 동갑내기 친구 등 모두가 각자의 삶을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었다.




20대 중반을 맞이하고, 당장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개발협력분야를 위해 제대로 현장에서 일해보고 싶은 것인지, 국제기구 진출을 실현하고 싶은지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도전 여정은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해도 된다는 용기 한 스푼을 가져다주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단단함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 누구에게 나의 고민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스토리를 들으며 내 안의 눌려져 있던 욕구들을 읽을 수 있었다. 당장의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하기로 했다. 




둘째, 나만의 것을 한다는 것은 멋지다


여행을 하기 전까지, 나를 감싸는 타이틀과 소속감을 원했다. 어떠한 조직 내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거나, 특정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현명하게 혜택을 받는 것이 익숙했다. 


여행을 하면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시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해주셨다. 사업이 어려워지자 한국에 가고 싶었고 같이 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한 둘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진 게 없어서 이것을 놓을 수가 없어서 사업을 계속했고 지금은 미국에 5개의 매장을 가지고 계신다고 했다. 바탕화면에는 매장 사진과 오픈한 년도를 기록해놓으신 것을 보았다. 자신이 만들었던 것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고 그 애착이 멋지고 부러웠다.


또 다른 귀감이 되었던 이야기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사업을 꿈꾸고, K-POP 굿즈와 한식도 팔아보았다는 친구의 이야기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도전하는 것이 저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 같았는데,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전에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울타리에 속하고 싶었다면, 나도 저들처럼 울타리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만 잘하는 사람인지, 새로운 것도 창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그것이 호주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작게나마 시작해볼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나는 조직을 벗어나도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만들어낼 사람이라고 나를 점점 믿게 되었다.



셋째, 자연과 인생이 많이 닮아있다

남미 여행을 하며 길에서 만난 자연과 작은 현상을 보며, 인생과 연결시켜볼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남미를 가면, 당연히 산을 가고 바다를 보는 등 대자연과 함께하게 된다. 풍경이 주는 달콤함을 맛보기 전에, 고산증 및 트레킹 혹은 기나긴 차편 등 고통을 뒤따른다.




자연을 보며 느낀 것들을 인생에 대입해서 글을 적은 기록이다.

피츠로이 등산 중, 기록 하나를 예시로 가지고 왔다. 


가야 하는 길의 모든 곳에 시야를 두는 것은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 발걸음이 닿는 앞 길을 봐야 하지만, 한 번씩 고개를 들어 더 넓은 시야로 앞을 봐야 한다. 숨을 들이켤 땐 위를 봐야 하고, 때론 뒤를 봐야 한다. 위를 보면 끝없어 보여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면 아찔해지고 밑을 보면 넘어질 것 같고 위태하게 느껴진다.


때로 앞서 가는 누군가를 따라가면 때론 길을 잘 못 들어서기도 한다. 그렇다고 늘 혼자일 수도 같이이기엔 무섭고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눈앞의 땅만 보는 게 속도를 내는데 좋다. 하지만, 땅만 보고 계속 가면 방향성을 잃는다. 나는 땅만 보고 가는 순간을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발가락이 아프든, 다리가 아프든, 허벅지가 터질 것 같든 몰입하고 나면 한 구간은 지나와있다. 아무리 가도 속도가 안 나는 것 같을 땐, 땅만 보고 가면 어느새 많이 걸어와있었다.


...(생략)




넷째, 회복 탄성력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여행 중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연속이다. 다행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큰 변수는 없었다. 가장 위험하다고 소문난 지역 콜롬비아에서 동행을 못 구해 혼자 다니기도 했고,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이동 중에 갑자기 버스가 멈추는 상황도 발생했다. 


비행기를 놓친 것이 가장 충격적인 상황이었는데, 당장 연결되어있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서 멕시코 일정이 꼬여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나에게 발생할 일이었다. 비행기를 놓치고 근처의 숙소로 돌아와, 콜롬비아에서 좀 더 재밌는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여유로 일정이 생겼고, 근처인 살렌토를 들려 커피농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선택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멕시코 수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에서도 직항이 있고 미래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오자며 마음을 달랬다. 오히려, 더 가기 힘든 콜롬비아를 꼼꼼히 볼 수 있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바뀐 여정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다섯째, 나를 돌보는 방법은 많다


나는 여행에 지친 날에는 나를 좀 더 대접해주려고 노력했다. 장기여행이다 보니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가지며 일기를 써보기도 했고, 혼자 분위기 좋은 식당을 가서 돈을 쓰며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마음 맞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요령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효용감을 한 스푼 더해주었다


마지막으로, 100일간의 중남미 여행은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효용감이 불어넣어 주었다. 20대가 된 이후,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실현해나갔다. 일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혹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를 보며 막연히 남미 장기 여행을 꿈꿨는데 내 힘으로 목표를 이룬 모습을 뿌듯했다.


남미를 알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여행에 미치다' 등 인플루언서들의 남미 사진을 보고 '저런 풍경을 가진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며 막연히 남미를 동경했다. 남미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었다. 특히, 마추픽추는 미지의 세계였다. 마추픽추에 다녀온 사람들이 그렇게 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조금씩 생겨나는 나에 대한 믿음에 더욱 힘을 불어주었다. '나는 생각하는 대로 되는 사람이구나, 내가 상상하는 것들, 막연히 바랬던 것을 실천해내는 사람이구나'라는 작고 단단한 믿음들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이제 무슨 일을 할 때,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들은 다 할 수 있지만,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효율성을 따지게 된다.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괜찮은지, 이 목표를 가지는 것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짚어보며 꼭 해야 하는 것인지를 살핀다.


남미 여행 후,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좀 더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선택지가 주어지면 나를 믿어주는 방향으로 선택을 내린다는 것, 이것이 여행을 다녀와서 한층 단단해진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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