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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초록 mocholog Jun 16. 2024

DAY1. 새벽에는 하루가 자동으로 시작되질 않아

밤샌 자와 하루를 시작하려는 자의 이 묘한 스침

새벽 4시 30분 기상과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날! 성공.


다행히도 4시 30분이 되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물론 운동은 하기 싫었다. 아.. 어제저녁에 뛰었으니깐 아침에 또 뛰는 건 에바 아닐까? 관절 다 갈린대. 토퍼 위에 앉아 고개만 타조마냥 처박은 상태로 5분 정도 고민을 했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하기로 했다는 내 다짐을 떠올리고선 눈 딱 감고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3km 러닝을 목표로 나왔다.

강물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 나오길 잘했다. 또... 걷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지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애플워치로 스타트, 탕! 을 대신하며 설렁설렁 뛰기 시작했다.


새벽에 깨어나면 하루가 자동으로 시작되질 않는다. 적어도 7시는 되어야 하루가 시작되는 기운이 세상에 맴돌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하루의 시작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오늘 뛰며 돌아오는 길에 있는 벤치에 뭔가 가득 놓여 있었다. 쓰레기. 국물도 버리지 않은 다 먹은 육개장 사발면 여러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새벽까지 신나게 논 누군가의 흔적이겠지... 그렇지만 쓰레기는 좀 치우고 가지. 예전에 새벽에 일어날 때 먹으러 가길 좋아하던 맥모닝이 생각났다. 그거 숙취해소할 때 먹으러 가는 거 아니야? 아침에 일어나서 먹으러 가는 사람이 있어?라는 말을 듣고 웃고 말았던 적이 있다. 해가 다 뜨지 않아 쌀쌀한 새벽에 맥모닝을 먹으러 가면 크게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어나서 밥 먹으러 온 사람, 그저 24시간 매장이라 맥날에 들어온 사람, 햄버거 먹고 싶어서 왔는데 맥모닝만 팔아서 툴툴대며 돌아가는 사람. 맥날에서는 여러 가지가 공존하는 새벽의 요상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를 시작하면 안 될 것만 같이 묘하게 제동이 걸리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까 그 육개장처럼 말이다. 예를 들자면 평소에 취침시간이 늦은 친구에게 온 1시간 전의 카톡이라든지, 다소 캄캄한 창문 밖의 풍경, 아침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어려운 온기 빠진 새벽 공기 같은 것들. 어느 시간에 일어나든 상관은 없다. 다만 나에게 잘 맞는 시간은 지금까지 새벽 시간대였기에, 나에게 좋은 하루를 만들어나가려면 뚝심 있게 일어나 아득바득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산책로에 나가보면 이미 나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서 힘을 얻어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벽에 바깥에서 하는 러닝은 참 좋다.


오늘은 목표대로 3km를 완주하진 못했다. 2.6km쯤에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아서 그때부터 천천히 걸었다. 끝까지 뛰어 완주했을 때와 달리 뿌듯함은 덜했지만, 하루의 시작으로는 아주 좋았다. 그렇게 밥 먹고 출근! 힘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하지만, 운동을 하면 힘이 생기고 시간이 생긴다.

알바 출근 전 집에서 내려 마신 드립커피로 글을 마무리한다. 다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내일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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