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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영향과 결과

by soulgarden

한 대학원 학생이 연구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았다. 자신은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일에 무관심하는 것이 힘들다며, 사람들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하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지금의 환경에서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한 견딤을 감당하기 위해 그 학생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연구실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사례로는 양 부모님이 모두 목사님이시고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한 남성이 있었는데, 이 남성은 부모님의 집안에서의 모습과 집밖에서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였다. 그 실망감은 부모님에 대한 반항과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 싶은 자유에 대한 추구로 드러나 술과 담배를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술과 담배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안의 문화에 맞추기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하면 안 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집안의 문화와는 달랐던 것이다.


위니컷이라는 학자는 본질적으로 정신과 관계된 증상을 환경 결손 때문이라고 간주하였다. 환경 결손으로 인해 생긴 증상은 극심한 불안에 대한 자신을 보호하여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환경을 만들지 않기 위해 현실과 관계하는 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체계화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체계화된 증상은 환경에서 요구하는 모습으로 살게 한다. 이것을 적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은 그 환경을 벗어나면 원래 자신의 모습을 띠게 한다. 그리하여 환경속에서는 적응하는 모습으로 살지만, 환경을 벗어나면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 싶은 자기 고유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니컷은 적응은 정상적인 발달에 있어서 사회적 예의이며 타협을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예의와 타협은 결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즉 예의를 갖추고 타협을 하되, 개인으로서의 결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하였고, 그것을 본래의 자기인 참자기(real self)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위니컷의 이론으로 생각해보면 대학원생은 참자기(real self)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환경과 맞지 않자 연구에의 집중이 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억압하는 증상을 나타내었고, 기독교 문화의 한 남성은 부모님에 대한 실망과 자유롭고 싶은 참자기(real self)기의 추구를 위해 술과 담배라는 것을 통해 부모님에게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대학원생에서는 연구가 아닌 다른 환경이, 기독교 문화의 한 남성에게는 보다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처럼 개인의 고민과 갈등은 개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의 다름이나 충돌에서 오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고민이나 갈등이 생길 경우 내 자신을 자책하거나 상대를 탓하기 이전에 환경에서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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