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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꿈꾸며
가을이 주고 간 선물
반갑다, 겨울아
by
책닮녀
Nov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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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룻밤이 흘렀을 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달님이 한번 다녀간 그 자리에는
다른 녀석이 와 있다.
어젯밤, 모두가 잠이 든 시각
가을은 자신의 짧은 여정에 미련이 남아,
스치듯 안녕한 것이 못내 아쉬워
눈물을 흘렸나 보다.
가을을 향한 대지의 열기를 차갑게 뺏으며
비는, 밤은, 가을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겨울을 데려왔다.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던 단풍을 보며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는데.
예쁘다는 말이 계속 새어 나오는
화려한 옷을 입고 있던 나무는,
오늘 아침 정갈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혹독한 추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부끄러운 자신의 민낯을
아픈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내어놓는다.
겨울을, 시련을 견뎌내려는,
고고하고도 결연한 의지가
나를 다시 깨운다.
나무처럼 또 버텨내어야지.
언젠가 피울 꽃을 위해
언젠가 영글어갈 열매를 위해.
아직은 인사도 없이
하룻밤 사이 떠나가버린
가을을 그리워하는 우리에게
겨울은 너무 서운해 말라며
하얗게 빛나는 마법가루를 슬쩍 뿌린다.
갑자기 다가온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마음을 걸어 잠겄던 사람들은
손바닥을 펴고, 고개를 들고,
빙그레 웃으며 가슴속 추억을 꺼낸다.
그래 너였구나. 겨울.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없기에
이제는 가을을 보내주어야겠지.
짧지만 강렬했던 너와의 시간들.
또 만나는 그날까지 잊지 않을게.
코 끝이 차가워지는
겨울
.
그래서 가슴은 더 뜨거워지는
계절
.
갑자기 훅 찾아온 겨울을
따뜻하게 잘 보내기 위해
마음속
난로 심지에
기름을 적시고
주전자에 따끈한 물을 끓이며
나의 체온을, 마음의 온도를 0.5도 올려본다.
시간이 흘러
이 겨울을 데리고 간 어느 날 밤
,
꽃피는 봄이 온
그
날에는
또 네가 그리울 테니
너의 나날에 흠뻑 빠져보련다.
반갑다, 겨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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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책을 알리고 그 그림책으로 인해 세상이 변해가는 걸 볼 때 행복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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