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을 망가트린 투기적 부동산 시장
건축 문화와 아파트 투기가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부동산 투기, 정확히 생산 개념으로 확대 공급된 한국형 아파트로 인해 우리나라 건축의 문화적 토양을 산성화 시켰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국내 아파트 설계의 과정을 살펴보면 된다.
모든 아파트가 그렇지 않지만 대체로 다음의 과정으로 계획되고 설계되고 있다. 일종의 공장 생산물과 유사하다. 우선 대지를 확보하면 그 대지 면적을 산술적 계산으로 최대 가용 면적을 도출해 낸다. 그리고 가용면적에 분양할 아파트 평형별 면적을 산입 해서 전체 세대수를 확보하고 분양가와 연동한 계산 한다. 이미 세대평면은 몇 가지 유형으로 공통으로 보급되어 있다. 바꿀마음도, 바꿀이유도, 바꾸길 원하지도 않는다.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표준화되어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는다.
아무튼 표준 단위 평면을 끼워 맞추면서 구성한다. 퍼즐게임?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분양할 세대 평형에 따른 각 세대수를 정한다. 그렇게 전체 가구의 구성 및 세대수를 확보하고 나면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평형의 기본 평면으로 건물 규모를 확보하고 대지에 배치한다. 통상의 건축 계획이라 함은 채광, 통풍, 지형, 디자인 개념등을 반영해서 하지만 아파트는 수익분석이 끝난 세대수를 유지하면서 법적 허용의 채광, 법적 제한 안에서 최대한 밀어낸 인동간격,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의 높이 등 계획적 개념보다는 법에서 제한하는 한도까지 밀어 올리면서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고민하는 건축적 가치와 개념들은 달나라에 갖다주고, 철저한 수익 중심의 배치를 한다. 그다음은 역시 수익을 창출할 장식물로 치장한다. 분양가 수익을 높이기 위한 외장재의 적용, 분양이 잘되기 위한 조경 구성...... 물론 이런 접근 방식을 우리나라 아파트 사업가들만 요구하는 건 아니다.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잘 팔리는 평면과 입면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나,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있어 ablity"이므로 뭔가 화려하고 눈에 띄는 미학적 요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트럼프도 울고 갈 요소들로 채운다. 아파트로 신분 세탁을 넘어 신분 증명까지 하려는 요구에 의한 3대 요소는 이제 보편적 아파트 디자인 요소가 되었다.
1. 거대한 입구 캐노피...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우렁찬 폭포 또는 분수... 중국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3. 화려한 지붕의 조명 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들의 전략이다. 이미 이런 3대 아파트 요소는 필수화 되어 있다.
어떤가? 아파트 설계과정 어디에도 건축적 가치와 본질, 고민은 자리자체가 없다. 삶의 가치, 이웃과의 공감대, 커뮤니티의 방향, 도시 경관의 가치 등은 액세서리 취급으로 다뤄진다. 오로지 잘 팔리는 것에 중점을 둬서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몰두한다. 정부정책과 정책에 관여한 대부분의 시각도 이 범주에 머물러 있다. 물론 어느 나라나 모든 건축이 문화적 속성을 가지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관 대부분이 철저한 자본논리와 정치적 공급 논리 두 가지 방향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이 시각은 사실 아이러니 하게 모두 부동산 투기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바탕이었다.
70년대부터 선분양 후시공의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암묵적으로 유도한 부동산 차익으로 돈을 버는 상황이 갈수록 커졌다는 점이다. 부동산 차익 실현은 다양하게 이루어지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입도선매로 탈세와 병행되었다. 땅콩 모래무지밭에서 시작된 여의도 아파트 투기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꽃봉오리를 맺다 IMF 이후 만개했다. 잠실 재건축은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며 폭등에 불을 지폈고 대치동, 개포동, 반포로 이어지며 전국 스타가 되었다. 이 과정애서 전국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어떻게 생활 속 로또를 맞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편한세상이건 푸르지오건, 래미안이건 모두 똑같은 세대 평면의 아파트는 평형별 표준화가 되어 거래의 용이성을 갖추었다. 차별 아닌 차별은 다 쓸데없는 미사여구이고 얼마나 많은 구매런너들이 달려드느냐가 핵심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부동산과 전화로 온라인 쇼핑이 가능해져서 아파트 거래가 전화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몇억에 사서 몇십억에 파는 것이다. 주식의 단타매매가 부동산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의 이유나 미학, 철학적 배경과 이유 등은 부질없는 주제다. 덕분에 우리나라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축 유형, 아파트는 그저 콘크리트 덩어리로 페인트 칼라로 우리 눈을 채우고 있다.
물론 최근 아파트가 이뻐지고 있긴 하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동원된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그리 좋아하기 어렵다. 평당 분양가를 최대한 받기 위한 포장술로 억대 이상의 디자인료와 건축가들의 이름값을 사 온다. 그들의 고민으로 디자인되고 평면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왜냐면 기획 또는 기본단계까지만 계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도 광고효과일 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세계적 초 호화 공동주택을 진지하기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경우는 많다. 밀라노의 자하하디드 공동주택, 맨해튼의 리처드마이어 공동주택, 홍콩의 프랭크게리 공동주택.... 그런데 이런 공동주택과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공동주택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부동산 투기가
진지함을 제거하고, 건축과 삶이 어우러진 노력을 봉쇄해 버렸다.
부동산 투기가 옅어지고, 주식 같은 유가증권기능이 상실돼야
한국 건축이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