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상담기
저의 교직 생활 가장 큰 '멘붕'은 고등학교 근무 만기로 중학교에 내려온 첫해였습니다. 지금 그 학교는 많이 좋아졌지만, 암흑기 그때 생활안전부장을 맡은 2년 동안은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물론 힘이 들기도 했지만 문화적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 개학 첫날 점심시간 급식 지도 때였습니다. 그 학교에서 늘 해왔듯이 남녀 학생 다르게 줄을 세웠습니다. 왜냐하면 급식량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남학생 줄에 은갈치 머리 색에 사복을 입은 여학생이 있길래 여학생 줄로 가라고 안내했더니 바로 '시발!'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산된 자동차 모델 이름이 ‘시발(始發)’입니다. ‘첫출발’이라는 좋은 뜻이죠. 설렘이 있습니다. 첫날 첫출발, 축하 제대로 받았습니다! 사실은 속상하고 화도 났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상처받았습니다.
제가 만났던 학생들은 표준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학교 학생들의 종교가 정말이지 모두 힌두교인 줄 알았습니다. 모든 문장 안에는 반드시 '시바'가 들어갑니다. 영어 문장의 a나 the처럼 일종의 관사인 거죠. 자동으로 나오는. 남녀 학생, 학년을 불문하고 대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시바, 시바'가 가득합니다. 교실, 복도, 운동장, 급식실 할 것 없이 모든 시공간에서 '시바, 시바' 거립니다. 힌두교 사원에 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힌두교는 다신교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신은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입니다. 시바 신은 주로 낮은 계급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신봉하는 데 파괴의 신을 의미합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니 '시바' 신을 믿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두 번째 '멘붕'은 그다음 중학교로 발령받았을 때였습니다. 진로진학상담을 하는 진로전담교사로 전과한 첫해였습니다. 이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정말로 '시바' 신을 믿는 문화권에서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문화 학생 지도에 대한 이론적인 연수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다문화 학생을 많이 만나게 되고, 또한 제가 진로 상담을 맡고 있었기에 퍽 난감했습니다. 진짜 이유는 바로 중도 입국 학생들 때문이었습니다.
봄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진로상담실에 많이 옵니다. 3월 신학기이니 신입생도 많고 새로 전입해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도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의 비율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베트남, 일본,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캄보디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 대략 10여 개 국가의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있습니다.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학업, 생활, 정서 심리, 진로 등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진로 상담은 일반 학생들과 동일하게 *4회기 상담을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진로 문제와 진로 장벽에 따라 추가적인 상담을 진행합니다. 또한 주요 호소 문제와 사안에 따라서는 정서·심리 상담도 연계 및 의뢰하고, 복지사례 회의도 개최하는 등 교내외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학생 맞춤형 통합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중도 입국한 학생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이든 외국인 가정 자녀이든 중도 입국 학생들은 청소년기의 성장통에다 한국문화 적응에도 애로점이 많아 많이 힘들어합니다.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하는데 일단 언어 소통이 안 되니까 정말 난감했습니다. 구글 번역 앱, 파파고 등 통 번역 앱도 사용했지만 정확한 의미 전달이 어려울 때도 많았습니다. 올해는 러시아어와 베트남어를 담당하는 다문화 튜터 선생님 두 분이 교내에 계시기에 수업과 상담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고, 또 정서 심리 상담 때에는 다문화 상담사를 외부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외부 지원도 부족했고, 그 방법도 찾을 수가 없어서 참 어려웠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몹시 어려운 처지에 이르게 되면 도리어 해결할 길이 생기기 마련이죠? 물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요. 저는 다문화 학생 중에 교우관계도 좋고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같은 언어를 가진 학생을 상담할 때면 집단 상담을 통해서 언어 소통이나 문화적 이해의 어려움에서 많은 도움을 얻곤 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만남, 공감, 어울림의 시작입니다.
올해 3월에 첫 번째로 만난 다문화 학생 A는 남학생입니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로 중도 입국 학생입니다. 중도 입국 학생은 주로 태어날 때 엄마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라거나 재혼 가정의 자녀로 중도 입국한 경우입니다. A 학생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서 계속 살았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 이중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어머니가 계셔서 영어보다는 중국어를 편하게 사용합니다. 처음에 상담할 때는 영어를 사용하다가 중국어가 더 편하다고 해서 이후로는 중국어(간체)를 이용해서 상담했습니다. 이 학생은 진로 전환기인 3학년 학생이기에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직업흥미검사를 별도로 진행합니다. 5월에는 고교학점제 대비 교과계열선택검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요즘은 참 편한 세상입니다. 구글 앱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확도와 활용성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구글 앱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서 진로탐색검사지를 비추면 해당 언어로 번역해 줍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100% 정확도는 보장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입니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기쁩니다. 진로상담실에서 진로탐색검사를 하고 구글 앱 통역 대화 기능을 이용해서 진로 상담도 진행합니다. 저도 이제는 낯섦에서 벗어나 좀 익숙해졌지만 워낙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여전히 서투름과 능숙함 사이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학생은 한국어가 매우 서툴러 학업 수행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단 한국문화, 한국어 적응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먼저 다문화 담당 교사가 교육청이 제공하는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 수업을 신청했고, 주 2~3회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국가별 학령기 차이, 입국 시기와 학기 시작일 차이로 인해 동급생들과 연령차가 나는 경우이지만 이 학생은 성격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의 진로성숙도 유형은 목표수립형에 가깝다고 판단되어 진로경로설계와 진로정보탐색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보기를 조언하고 방법도 안내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과 관련하여 *<드림레터> 중국어판을 인쇄하여 줍니다. 어머니와 같이 읽어보고 잘 상의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응원도 잊지 않습니다.
이 내담 학생은 병역 문제도 궁금합니다. 다문화 학생 중에는 대한민국과 다른 국가의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중 국적 남학생들이 가끔 병역 문제를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계속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군 복무 후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하면 대한민국 여권 가지고 있으면서 복수국적은 유지됩니다. 남학생의 경우 만 18세에 병역 이행 결정을 해야 하기에 진로 경로를 설계할 때 이를 고려하면 좋습니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로 국내 출생이지만 어릴 때 부모가 헤어져서 엄마 나라인 베트남에 가서 살다가 중도 입국한 B 학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중도 입국 후 국내 농장에서 일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제가 상담복지업무도 총괄하고 있어서 Wee클래스 선생님과 함께 구청, 행정복지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역 가족센터와 협력하여 새로운 거주 공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복, 체육복, 학용품, 졸업앨범비, 방역물품, 방학 밀키트,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외부 연계를 통해 안경도 제공하는 등 학교에 잘 다니고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물리적, 교육적, 의료적 지원을 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국적이 한국인이기에 전학 또는 편입학이 아니고 재취학으로 3학년 과정에 오게 되었습니다. 중도 입국 학생들에게 흔히 있는 경우처럼 학년과 학령이 맞지 않아 나이가 동급생보다 많았습니다. 이 학생은 외국에서 중학교에 해당하는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면서 외국 학교에 다닌 경우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특별전형 중 일반전형 면제대상자(특례입학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본인이 원하는 일반계고 진학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차선으로 본인이 원하는 요리를 먼저 배우기 위해 희망하는 특성화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구 소비에트권에서 온 학생들도 몇 명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국제결혼 가정 자녀보다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가 많습니다. 외국인 가정의 자녀는 부모가 외국인 노동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루는 러시아 국적인 C 여학생을 상담했습니다. 진로탐색검사 미완료된 것도 해야 하고 또 3학년이기에 진로 상담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은 조부모가 있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0년을 살다 중도 입국한 경우입니다. 부모님은 우즈베키스탄인으로 러시아 국적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외국인 가정의 경우 경제적 목적의 인구 이동이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풍부한 일자리, 높은 임금, 높은 생활 수준, 우수한 교육 · 문화 · 의료 시스템 등이 있기에 인구의 흡인 요인이 매우 많은 국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 온 학생들은 대체로 가정 내에서 문화적으로 아동 인권에 취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갈등이 있을 때 아동학대로 볼 훈육이 많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젠 아니죠. 그래서 생활지도와 정서 심리 상담이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수준 높은 아동 인권을 가르치고 법·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데 가정의 문화와 맞벌이를 하는 경제적 여건상 자녀 돌봄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학생의 가족은 무슬림입니다. 한편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문화입니다. 당연히 생활교육에서 부모와 큰 갈등과 문제가 생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진로 상담도 해야 하지만 Wee 클래스, 생활안전부(학생부), 학급담임교사, 학교전담경찰관, 가족센터 등과 협업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사건은 빠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기는 하지만 2년 전에 비해 매우 좋아지고 있습니다. 학교생활과 교우관계 적응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른 일반 학생들처럼 청소년기의 정서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고 생활의 기복은 있으나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꼭 훌륭한 제품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외국인 가정의 경우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 동포 비자를 가진 경우가 많고 자녀들의 입국도 있습니다. 간혹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게 불법 체류나 비자 관계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부모나 다른 보호자가 이 경우에 해당되면 굉장히 소극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아동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충분히 보호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대한민국은 1991년에 이를 비준하였기에 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입학한 D 학생은 우크라이나, E 학생은 카자흐스탄이 국적입니다. 두 명 모두 부모님의 국적과 자녀의 국적이 다릅니다. 부모님이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앙아시아 인접국 등 취업을 목적으로 이주한 국가에서 출생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러시아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문화권에 익숙한 데 부모님은 러시아어를 능통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부모님 상담을 할 때면 가정통신문을 러시아어와 모국어 2개로 번역해서 드리기도 하고 외부에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통역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D 학생은 초등학교 때 중도 입국하여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나 E 학생은 작년에 중도 입국하여 한국말이 매우 서툽니다. E 학생이 입맛에 맞지 않는지 점심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급식은 맛있는 편인데 왜 안 먹을까요? 제가 궁금해서 구글 앱으로 물어보니 자기 가족은 무슬림이고 라마단을 지킨다고 합니다. 라마단(Ramadan)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로 이슬람 신도인 무슬림들에는 가장 성스러운 달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력은 태음력이기에 해마다 라마단 기간이 다르고 또 국가마다 태음력 기준이 다르기도 합니다. 올해 2023년은 대략 3월 22일에서 4월 20일이 라마단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는 낮에는 금식, 금욕을 지킵니다. 그러나 이주 배경 지역이나 가정이나 학생에 따라 이를 지키는 정도는 차이가 있습니다. 진로상담실에서 시원한 생수도 주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일 주스와 캐러멜도 권하니 받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외톨이입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안부를 물어봅니다. 서툴지만 조금씩 표현을 합니다.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엽니다. 질문은 관심입니다.
다문화 학생들을 교육하고 상담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첫째, 개별화의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모든 상담이 그렇듯 사례에 맞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힘이 듭니다. 그러나 좋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문제 상황, 문제 요소, 개인 특성 등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접근하고 대처하는 게 정답입니다. 때로는 보편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보편성과 개별성의 기계적인 균형이 아니라 문제 상황에 맞게 최적의 답을 찾아서 대응해야 합니다. 둘째,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은 버려야 합니다. 특히 국제결혼 가정 자녀 중 국내 출생 자녀는 이주 배경에 따른 몇 가지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한국어 구사에 전혀 문제가 없고 한국문화에 익숙한 당연한 한국인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개별화 교육을 고려하되 일반학생을 대할 때처럼 동일한 관점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섣부른 배려로 다문화 학생만 쏙 뽑아서 동일 집단으로 진행하는 원치 않는 프로그램에 표시 나게 참여시킨다거나 의욕이 넘쳐 과다한 관심과 지원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학생도 있습니다. 낙인 효과를 없애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모집과 운영에서 일반 학생도 함께 참여하는 방법, 전체 및 개별 안내, 학교 내 프로그램 간 울타리를 없애는 등 신중함과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지원해 주면서도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지 않게끔,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격려도 해야 합니다. 셋째, 일반적인 청소년기의 발달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이주 배경을 지니고 있을 뿐 일반적인 학생과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한 기대는 동일합니다. 따라서 보편성을 토대로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학생 특성을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넷째, 그들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다른 강점을 계발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섯째, 어느 공간에서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해야 합니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 그리고 특히 외국인 가정 자녀는 부모의 국가로 돌아가거나 다른 국가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차피 세계화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미래에 거주할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 발달한 산업이 다릅니다. 그러니 자신이 살고 싶은 국가나 지역에 대해 탐색하도록 조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다문화 학생들이 청소년기의 성장통, 한국문화 적응, 문화적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교우관계만 좋다면 충분히 적응하고 나아질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가 가장 중요한 존재입니다. 좋은 친구 잘 만나고 잘 어울리고 잘 먹고 잘 지내는 게 가장 좋은 비법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공존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학교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세심하게 살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게 편하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친구 관계의 확장이 꼭 필요합니다. 일곱째, 이주 배경 학생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교내외에 울타리와 칸막이 뛰어넘는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맞춤형 통합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작은 학교에도 국적이 러시아인 학생도, 우크라이나인 학생도 있습니다. 혹시 둘의 사이가 나빠지거나 싸우는 건 아닌지 잠시 걱정도 해보지만 이건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전쟁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전쟁은 그저 어른들 사이의 심각한 일일 뿐입니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접촉하면서 때로는 동화되고 때로는 공존하고 때로는 융합하면서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습니다.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숲에 봄꽃들이 만개하였습니다. 숲에는 봄의 색깔과 봄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울타리 개나리는 온통 노란색입니다. 산책로는 핑크 세상 벚꽃이고 계단 옆으로는 라일락의 향기가 은은합니다. 올봄은 유난히 따뜻해서인지 3월이 가기 전에 봄꽃들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마구마구 핍니다. 이 봄에 만나는 아이들도, 우리네 청춘들도 모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모두는 봄꽃입니다. 화사(華奢)합니다! 말 그대로 두드러지게 곱고 밝습니다. 모두가 잘 피고 잘 자라고 잘 지기를 소망합니다.
*4회기 기본 상담은 진로활동 및 결정 수준에 따른 진로 유형 분석과 설루션 제공, 표준화 심리검사에 근거한 진로 및 진학 상담, 데이터에 기반한 고교 진학 상담, 고교학점제 및 고교 생활 설계 상담 등으로 구성함.
*<드림레터>는 시도교육청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부모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맞춤형 진로 소식지. 전국학부모지원센터 학부모온누리 www.parents.go.kr/ 자료마당에 탑재되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