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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로 (5)

일상 그 기적

by 경경

도쿄에서 살다 보니 대지를 붙잡고 흔들어 젖히는 지진이 판타지가 아님이 자연스럽게 학습된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을 게걸스럽게 뒤엎어 버리는 큰 지진은 짖꿎게도 그 일상과 한 통속은 아닌가 싶기도 하는 불경한 생각이 이따금씩 든다. 이런 생각이 삶을 지탱하기 위한 영혼의 부질없는 발버둥일 수도 있다. 그래도 불한당 같은 지진이 하루하루를 대하는 우리의 일상적 둔감함을 간혹, 다시금 새록새록하게 해 준다.


언제인가 지방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든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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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 놓인 그들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부(토미), 명예(메~요~), 성공(세~코~)...?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근거도 없이 매우 강하게 든다.

아마도 반드시 그럴 것이다.

바쁜 아침의 우당탕탕, 여유롭지 못한 아침밥(아사고항), 된장국(미소시루), 토스트,

다녀오겠습니다(잇테키마스), 출퇴근길의 만원 전철(만인덴샤), 회사에서의 아침 인사(오하요~고자이마스), 다녀왔어요(다다이마), 온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 TV의 예능 프로그램(바라에티반구미), 저녁 목욕(오후로), 안녕히 주무세요(오야스미나사이)... 등,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눈도 주지 않았던 일상(니치죠) 일 것이다, 반드시.

기적이라도 일어나 내일부터라도 우리들에게 다시금 일상의 기적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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