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지배를 포장하는가

사랑이라는 언어 뒤에 숨은 욕망

by 민진성 mola mola

지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

인간은 누구나 지배욕을 가진다. 통제하고 싶고, 우위를 점하고 싶고, 안정과 효능감을 확인하고 싶다. 그런데 동시에, 인간은 평등과 자유를 존중하고 싶어 한다. 지배를 인정하기엔 양심이 불편하고, 지배를 거부하기엔 본능이 끌어당긴다. 이 모순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속인다. “나는 지배하지 않아, 나는 사랑할 뿐이야.”



자기기만의 심리학

도덕적 이미지: “나는 착취자가 아니다”라는 자아상을 유지하려는 욕구.

사회적 승인: 지배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사랑은 미화된다.

불안 회피: 지배욕을 인정하면 죄책감이, 지배욕을 거부하면 결핍이 찾아온다.

그래서 인간은 절충한다. 지배를 하면서도 그것을 사랑·돌봄·가족으로 포장한다.



철학적 시선

니체는 인간을 “권력 의지를 본성으로 가진 존재”라 했다. 지배욕은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루소는 인간을 “자유를 본성으로 가진 존재”라 보았다. 지배를 정당화하는 순간, 인간은 타락한다. 인간은 이 두 철학적 극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지배를 본능이라 부인할 수도, 타락이라 완전히 인정할 수도 없으니, 결국 사랑이라는 언어로 덮어버린다.



사랑이라는 포장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누군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통제하는 것도, 구조는 비슷하다. 자유 없는 애착을 사랑이라 부르는 순간, 지배는 은폐된다. 그 사랑이 genuine(진짜)한 정서를 품고 있더라도, 그 속에는 지배가 스며 있다.



맺으며

인간은 왜 지배를 포장하는가? 그것은 지배욕을 솔직히 인정하기엔 도덕적으로 불편하고, 거부하기엔 본능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언어를 발명해, 불편한 욕망을 덮고 살아간다. 사랑은 때로 진실이지만, 동시에 지배의 가장 세련된 얼굴일지도 모른다.




#생각번호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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