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은 고통이 아니다 — 해석이 고통이다
우리는 흔히 “지배욕”을 부정적으로 말한다. 다른 이를 통제하려는 욕구, 우위를 점하려는 마음을 위험하게 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지배욕은 인간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본성이다. 사자 무리의 서열, 늑대 집단의 알파 구조, 새끼를 지키는 모성적 공격성. 모두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이며, 지배는 그 자연스러운 결과다. 인간의 지배욕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동물은 지배와 종속을 자연 질서로 받아들인다. 거기에 죄책감은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본능 위에 윤리, 도덕, 평등이라는 새로운 층위를 쌓아 올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는 지배를 하면서도, 의식적으로는 그것을 부끄러워한다. 고통은 본능과 도덕의 간극에서 생겨난다.
지배욕을 부정하면, 인간은 스스로를 착취자라 느끼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지배욕을 긍정하면, 사회적 비난과 자기혐오가 생긴다. 본능은 잘못이 없다. 문제는 본능을 해석하는 인간의 의식이다. 우리는 본능을 도덕적 언어로 규정하고, 그 규정 속에서 스스로를 옭아맨다.
지배욕은 삶을 이어가기 위한 생명의 방식이다. 그것이 고통이 되는 순간은 단 하나, 우리가 그것을 선과 악의 언어로 해석할 때다. 본능은 고통이 아니다. 해석이 고통이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본능을 죄책감으로 만들고, 동시에 정당화의 언어로 포장하는 모순이 인간을 괴롭게 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본능의 부정도, 무조건적 긍정도 아니다. 단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일지 모른다.
#생각번호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