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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lie 몰리 Apr 19. 2024

스쿨버스를 오래 타면 벌어지는 일

가지각색의 다양한 모습들

주소에 따라서 배정되는 학교와 달리, 국제학교는 주거지마다 위치해 있는 게 아니라서 사립 초등학교처럼 스쿨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동네나 아파트 단지별로 노선이 정해져 있고, 노선에 따라서 구간 요금을 책정해서 스쿨버스 이용료를 납부한다. 한인타운에서도 대부분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편도 1시간 가까이에 걸리는 시내 중심부에서 통학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걸어서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기도 하고, 부모가 툭툭(tuk tuk)로 아이를 데려다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스쿨버스에는 중국인 운전기사와 아이들의 안전과 탑승을 관리해 주는 중국인 모니터인 아이(阿姨, Ayi)가 있다. 이 중국인 아이와 외국 국적의 학생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는 않지만 점점 서로 눈치코치로 알아듣기도 하고, 중국어를 좀 아는 친구들이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


스쿨버스는 지역별로 노선이 있어서 한 대의 버스 안에는 작은 어린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탑승을 하고, 주로 어린아이들은 앞 쪽에, 큰 아이들은 뒤쪽에 앉아서 긴긴 거리를 여행하듯 다니게 된다. 스쿨버스를 타보면 온갖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이미 그들만의 세상이 된다.


아이가 차멀미가 있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또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효율성이 없어서 종종 그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도 또래들과 만담도 나누고, 퀴즈도 내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재미있는 스쿨버스의 추억을 쌓기도 하지만, 반면 스쿨버스를 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굳이 스쿨버스를 태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았다.


안전을 위해서 벨트를 하라고 하면, 안 하는 아이도 있고, 중국 도우미인 아이가 중간에 서있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친구에게 앉으라고 하면, 한국어든 영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린 친구들은 장난치기 좋은 환경이다. "당신은 왜 앉지 않나요? 왜 우리한테만 앉으라고 하나요?"라며 서로 불통을 하며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교실에서 뒤에서 누가 의자를 발로 찬다던지, 괜히 의자를 슬쩍 밀거나 대고 있으면 그 느낌이 불편해서 몇 번 뒤를 돌아보거나,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꼭 멈추지 않는 친구가 있었듯이, 이 스쿨버스도 마찬가지다. 작은 아이들일수록 발로 앞 의자를 쿵쿵 치는 친구, 하지 말라고 뒤돌아보며 반격하는 친구, 또 옆 친구와 합세하여 장난치는 친구, 괜히 시비 거는 친구 등 다양하다. 상급 학년 친구들은 이미 귀에 하나씩 꽂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가장 속편해 보인다.


게임에 목말랐던 친구들은, 스쿨버스는 게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어서 핸드폰을 가진 자가 일인자가 되어서 관심을 끌고, 또 먹을 거나 특정 물건을 가지고 와서 환심을 사며 작은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드는 상급 학년 친구들도 있다. 자신들끼리는 그냥 노는 것일지 몰라도, 누군가 그곳에서 상처를 받거나, 불만이 쌓이면, 이제 쌓여있는 화가 터져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간혹 학교에서 주의를 받게 되는 아이들도 있다.


장거리 운행에 어린 친구들은 피곤에 지쳐서 쓰러져 잠드는 친구들, 얌전히 책을 읽거나 자기 할 일을 하는 친구들, 소소하게 수다 떠는 친구들은 매일같이 등하교 길에 잦은 소음과 소란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 평소에 어울리지 않던 친구들과 가까이하며 괜한 시비가 붙을 수도 있는 일, 그룹을 지어서 괜히 약해 보이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도 발생하고, 학교에서는 존재감 없던 친구들이 버스에서는 왕노릇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른들도 출퇴근 시간이 길면 이래저래 힘든 법인데, 아이들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우리 아이는 한국인만 타는 한인버스에서 스쿨버스를 이용해 본 적도 있고, 거의 외국인이 99%인 곳에서 스쿨버스를 이용해 본 적도 있다. 멀미와 더불어 시끌시끌한 스쿨버스를 어린 나이에 오래 타는 게 마음이 쓰여서 거리를 줄여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여 스쿨버스를 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스쿨버스의 요금 구간이 할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이득이고, 곧 타자마자 내리게 되는 아이들과 꼬맹이들의 말장난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여러 국적이 섞이다 보니 서로 모두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닌 적당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 안은 훨씬 더 조용하고, 자리도 여유로워서 아주 편안하게 스쿨버스 이용을 했다. 등하교의 모습도 한인타운에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서로 알고 지내니 좀 더 단합적이면서도 화기애애하면서도 또 불편한 반면,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있으니 아빠가 등하교시키는 사람, 눈인사만 간단히 하는 사람, 애만 내려주고 바로 가는 사람, Ayi(아이)가 그 일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하기에 혼자 멀뚱 거리며 있거나 멀리서 아이를 데려다주어도 전혀 내가 눈에 띄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다. 


스쿨버스를 오래 타는 일은 몸도 마음도 지칠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마치 내가 회사의 통근 버스를 장시간 타고 다니는 느낌이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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