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주. 나의 기록들
#남편의 생일을 준비하며
남편은 3월 1일에 태어났다. 그래서 기억하기 너무 편한 생일이다.
그런데 한 번씩 그 생일을 잊을 정도로 바쁜 적도 있었다.
무심하게 잊었던 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착한 남편이다.
나의 생일을 남편이 잊고 지나간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남편은 나의 생일을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역국도 끓여 보셨고,
태어나서 손에 꼽힐 만큼 꽃다발도 사보셨고,
태어나서 적게 꼽힐 만큼 몰래 케이크도 사보셨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초를 켜며 방에 숨어서 서프라이즈도 하셨고,
그래서 남편을 보면 너무 웃음만 난다. 나 만나서 태어난 김에 한 일이 많다.
이번 생일은 조금 특별하게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은 그냥 둘이 멋진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용돈을 선물로 위장해서 주고 싶었지만,
갑자기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남편을 태어나게 해 주신 소중한 부모님과 함께 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부모님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루 전 날 저녁 두 분이 시간이 괜찮은지 여쭤 보고 나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남편의 부모님, 나의 시부모님은 따듯한 분들이시다.
특히 어머님은 이타주의 성향이 강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너무 싫어하신다.
그리고 항상 헌신적으로 배려하며 가족들을 보살펴 오신 따듯한 분이시다.
그분처럼 살 수 있을까? 나의 답은 "없다."이다. 다시 태어나도 "절대 없다."이다.
평생 본인을 희생하며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셔서 너무 감동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살 수 없을 듯하다.
그래서 난 어머님이 자꾸 마음에 쓰인다.
어머님이 하고 싶어도 못 했던 경험과 시간들을 지금 남은 기간동안 하시길 바라며,
결혼 후 어머님과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특별한 계획을 몇 번 세웠다.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식사, 고급 리조트에서 투숙과 마사지, 그리고 풀빌라를 빌려서 함께한 가족여행.. 그 외 다양한 디저트와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들리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처음에 부담스러워하셨지만 함께한 시간과 경험은 지금 우리에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혔다.
그리고 말씀과 달리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 잘 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남편은 항상 말했다.
"어머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실걸~"
나는 생각한다.
' 안 좋아하는 게 어딨냐? 안 해봐서 모르는 거지... 하고 나면 좋은데.. '
그리고 그냥 실행했다.
결론은 좋아하셨다.
그게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 봐 싫어하는 척하셨다.
그래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부자가 되어서 하고 싶은 것을 돈 때문에 못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생일 저녁 전 우 당 탕!!!
생일 전 저녁식사를 초대하고 나의 걱정은 시작되었다.
내일 다들 오시면 어떤 메뉴를 준비하면 좋을지, 어떻게 파티를 준비할지, 집청소, 구매한 식자재 정리, 그리고 그 외 다양한 것들이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휴우.. 시작은 내가 해놓고 벌써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자!'
그래도 요즘은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리고 맛집의 음식도 배달되는 편안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직장생활, 필라테스 운동,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사는 나에게 퇴근 후 준비는 쉽지 않았다.
드디어 저녁 모임 전 날이 되었다. 저녁 모임날 퇴근 후 준비라 더 걱정이 많아졌다.
필라테스 운동을 마친 후 집에 도착하니 21시 30분이 넘었다.
주문한 식자재, 그리고 다양한 아이템들이 나를 제자리에 넣어줘 하며 쌓여 있었고,
점심, 저녁을 먹지 않아 공복의 상태에서 집에 오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편과 함께 들어오면서 술과 필요한 물품 몇 개를 사 왔는데, 냉장고에 정리하니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쟈기아! 뭐 이렇게 많이 샀어!! 그냥 간단하게 하면 되는데.. "
"그래도! 다 필요한 거야! 하아.. 정말 할 것들이 많은데.."
"그냥~ 대충 해!!"
투덜거리는 나를 뒤로하며 물건을 정리하는 남편은 참 속 편한 소리를 한다.
화장실 청소, 식자재 세척 및 정리, 설거지, 그리고 빨래 정리, 같이 저녁 먹을 테이블 세팅.... 그리고 다양한 할 것들이 내 눈에는 보이는데, 항상 남편의 눈에는 안 보인다. 그렇다고 내일 생일인 남편에게 짜증을 낼 수 없다 생각하고 참았다. 정말 참았다.
하지만.. 결국 터져버렸다.
속 편한 소리를 하며 갑자기 회사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들어갔는데, 순간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참았어야 했다. 본인의 급한 일을 처리하는 그 사람에게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거 이거 다 씻어야 한다고!!! 배고 고프고!!! 아 진짜 너무 피곤해!!"
"자기야! 왜 이렇게 화를 내! 너무 다 하려고 하지 마~ 내일 하면 되지!!"
"내일 내가 퇴근하고 와서 할 시간이 없잖아.. "
"아니~ 같이 와서 하면 되지~ 어머님도 오실 거고~"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는!!! 어머님이 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거야!!! "
"알겠어..... 그런데 나도 회사에서 급하게 일 처리 한다고 그런 거잖아! 이렇게 화내는 건 좀 아니지.. 너무 다 해놓으려고 하지 말고... 뭐 도와줄까?"
"응.. 미안해.. 내가 너무 지쳐서.. 이 채소 다 씻어~ 블라 블라...."
"ㅋㅋㅋ 내가 생일인데 해야 하지?"
그래 이눔아!!! 지금은 손이 딸린다. 제발 해라!! 라며 시켜놓고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미안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짜증과 스트레스는 남편에게 다 풀고... 속 좋은 남편은 내 눈치 보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일거리를 줄여주고 있었다. 감사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자기는 우리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야! 고마워!
드디어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는 저녁 파티가 시작되는 당일이었다.
퇴근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다행히 남편도 일찍 마칠 수 있어서 나를 데리러 왔다.
17시 땡 하고 밖으로 바로 나가서 남편의 차를 타고 고기를 사러 갔다.
한우, 한돈 맛있는 부위를 달라고 하며 여러 종류를 사서 신나게 집으로 도착했다.
그나마 어제 준비해 놓은 것들이 많아서 수월하게 파티 테이블을 준비하였다.
남편은 시부모님을 모시러 가고 빠르게 밥을 하고 반찬을 정갈하게 그릇에 담고 술들을 세팅하며 편하게 고기를 구울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테이블들과 의자와 보조 탁자까지 정리하고 마지막 노량진에서 주문한 회를 중앙에 올렸다. 나름 완벽한 상차림이었다. 그리고 숨을 돌릴 때, 초대한 손님들이 도착했다.
다들 너무 좋아하며 맛있게 음식들을 즐기셨고, 한 잔 한 잔 웃음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이 생각을 누가 했니?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모여서 밥 먹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동일한 말씀에 감동받았고, 남편의 얼굴에 웃음은 떠나질 않았다.
"여보! 너무 고마워! 수고했어. 자기는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야!"
나의 소중한 남편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내 생일에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이런 소중한 기억을 또 만들어 드리고 싶은 생각을 잠시 하며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말이야... 딱 두 번이면 될 듯하다. (하하하하)
또 다시 한 번 더 이렇게 파티를 준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