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마지막 연말정산. 하루종일 두려운 감정에 파묻혔다. 이 회사가 나의 생계를 더 이상 책임져 주지 않을 순간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나는 왜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두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들의 교육, 필요하지 않아도 예쁘니까 소비하던 물건들을 더 이상 살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 수 없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두렵다. 두려움의 이유가 심리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실재하지 않을 수 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두렵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왜 자유로운가
왜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가.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원할 때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가져서가 아니라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언제 쓰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장고가 있어야만 하는데, 언제, 어떻게, 왜, 얼마큼 쓰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잔고를 얼마나 채워두어야 할지를 알 수가 없다. 지출에 대해 아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원할 때 돈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돈을 쓸 일이 없다고 해도 두려운 일이다. 돈이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두렵다. 돈이 없는 사람, 돈을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은 길 한복판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개와 같다. 무서운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돈이 없는 사람이다. 자유로운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원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쓸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원할 때 마음껏 쓸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다.
- 이승우, '소설가의 귓속말'의 '웅크리고 앉은 개 이야기를 글의 주제에 맞도록 변형하여 인용 및 작성하였습니다.
독립,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난 쥐띠. 2022년은 삼재 중에 들어오는 해였고, 운명론에 의하면 올해까지 계속될 것이다. 운명은 존재하는가. 엄마가 유명하다는 절에 가서 점을 보고 오시더니 나더러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운명보다 내 능력과 자신감을 더 믿고 살았는데, 진짜로 2022년부터 나는 온갖 힘든 일을 겪었기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상했다. 정말 며칠동안 엄청난 무기력이 나를 덮쳤다. 몰랐던 내 운명을 알고 나서 거기에 꽉 묶인 것 같았다. 며칠 동안 두문불출하다 이승우 작가의 글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의 두려움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뭘 해도 안될 거라는 두려움은 두렵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