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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May 23. 2024

우울한 사람들

우리만의 위로 방식

 

 

 4월 마지막 주말, 하늘은 적당히 맑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도 상쾌하다. 친한 어른 일곱이 야외에 모였다. 노오란 눈가루가 날린다. 송홧가루 때문에 눈이 뻑뻑했지만 그래도 모이니 좋았다. 같이 온 아이들은 지루해하며 무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주변에 나뒹구는 것들을 놀이기구로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무심하게 요즘 고민거리를 툭툭 던진다.   


 더 오를 것이 분명하니 몇 년 전 빚을 내 샀던 아파트 매매가가 자꾸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형제간 돈 빌려달라는 이야기에 '차용증'을 써달라고 말해야 했던 것이라던가, 노후는 걱정되지만 인생 오토바이를 중고로 샀다는 들뜬 이야기, 속 썩이는 자식 일로 일하다말고 담임선생님 호출에 달려갔던 처지라던가 하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마지막은 역시 노후 걱정이다.ㅣ

 그러다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P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P는 오랜 기간 우울한 상태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와 도랑에 발을 걸치고 있다. 뭐라도 재미 붙일 거리를 찾아봐라, 너 저번에 관심 있다던 것 배워 가게를 차려보면 어떻겠느냐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 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몰아붙이다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하면 안 될 말을 해버린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사실 정말 그랬다. 우리는 마음 어딘가가 아픈 사람들이다. 이유도 다양하고 기간도 제각각이다. 상처와 무력감, 불안이나 자격지심, 울화를 뱃속 어딘가 뭉쳐놓고 감아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조언이 P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냥 놔둘 수도 없기에 위로 비슷한 거라도 해보는 것이다. 나도 산다. 그러니 너도 어떻게든 살아보라고. 즐겁고 신나는 척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연못을 만든다고 텃밭에서 삽을 찾아 땅을 파고 비닐을 깔더니 돌이며 물통을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쁘게 뛰어다닌다. 우리도 어쩌면 그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추천 그림책>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합니다^^

*가드를 올리고/고정순 글그림/만만한책방/2017.11.27

*나는 물이 싫어/에바 린드스트룀 글그림/이유진옮김/단추/2021.7.24

*이까짓 거!/박현주 글그림/이야기꽃/2019.9.25

*안녕, 울적아/안나 워커 글그림/신수진 옮김/키다리(모래알)/2019.2.9

*엘시와 카나리아/ 제인 욜런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서남희 옮김/시공주니어/2012.6.20

*가만히 들어주었어/코리 도어펠드 글그림/신혜은 옮김/북뱅크/201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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