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좋아한다면좋아한다면
아르마딜로가 무엇인지 당신이 알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아이를 키우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르마딜로는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동물의 이름인데,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생김새는 이렇게 생겼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배우니까 8세이상의 사람이라면 왠만하면 'armadillo'라는 단어만 알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바로 <Goodnight, Gorilla>라는 책이다. 몇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동화책과 그림책를 구별하는 방법은 글과 그림의 유기적인 조화가 그림책의 특징이다. 그림이 없으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글따로 그림따로가 아니라 그림에서 많은 상황을 설명하는 책말이다. 과연 그림책이 무엇인지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어른에게는 오히려 재미없을지 모른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림하나하나를 뜯어볼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사실 그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영어글자만 빨리 읽고 넘어가고 싶은데, 아이들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그림하나하나 변화하는 것을 찾고 이유를 생각하고 글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낸다.
동물원을 지키는 Zookeeper동물원관리자가 밤이 되어 퇴근을 하며 우리의 동물들에게 하나하나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동물원 옆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그런데 장난꾸러기 고릴라 한마리가 주키퍼의 열쇠꾸러미를 가져가서는 동물들을 모두 우리에서 풀어줘버린다. 우리에서 나온동물들은 조용조용 주키퍼를 뒤따라 가서는 주키퍼의 침실까지 따라 가서 잠자려 한다. 주키퍼는 불을 껐는데 동물들의 굿나잇 인사소리를 듣고 놀라서 다시 불을 켜고 동물원으로 돌아가서 각자의 우리에 동물들을 다시 한마리한마리 제 집에 넣어두고 돌아와서 하루를 마친다.
전체 보이는 이야기는 이러한데, 그림을 통해서 몇 가지 이야기들이 더 보여진다. 처음에 고릴라의 손을 떠나 날아간 보라색 풍선은 중간중간 장면에 하늘에 떠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주키퍼의 방 창문을 통해서 멀리 작아진 모습이 보인다. 고릴라를 따라다니는 생쥐의 모습, 그리고 열쇠꾸러미에서 고릴라가 각각의 동물우리를 열어줄때에 각 동물우리의 색깔이 열쇠꾸러미의 색깔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몇년이지나 알게되기도 했다. <Goodnight Gorilla>는 이런 특별한 그림책이다.
아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https://youtu.be/nbN2Y5h2ze0?si=7TpN1ntCziVqdBxL
동물원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동물들도 좋아한다. 동물원 이야기는 과거에 종종 등장하는 듯하다. 동물인권 주제로 동물원이 현재는 환경적인 이슈에서 좋지 않게 판단되기도 하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그림책이 만들어진 것은 이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시대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열쇠로 동물우리를 잠그고 작은 우리에 동물들이 한마리한마리 있는 상황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사회상을 보여준다.
또 그 그림책이 만들어진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아르마딜로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르마딜로의 서식지가 없지만,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르마딜로이다. 단순한 몇 단어가 없는 책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쉬이 낯선 곳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가.
'Goodnight Gorilla'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동물원의 이슈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해도 동물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육사의 마음과 사육사와 함께 자고싶어하는 동물의 마음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그것은 엄마와 함께 자고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미국은 아이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자기 방과 침대에서 재우는 문화가 있으니까. 아이들은 처음 엄마와 떨어져 잠자리에 들어야할때 몰래 엄마방에 들어가서 같이 잠자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아이를 재울 때 읽어주는 굿나잇책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이 책도 역시 아이가 잠자기 읽어주기에 좋은 책이다. 풍선이 멀어지듯 아이는 꿈나라로 가게될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이 엄마같은 사육사의 방에 한번 다녀온 것처럼, 아이도 마음에서 한번 부모님방에 다녀오고 이제는 잠에 빠져들 준비를 하게될 것이다.
좋은 그림책 중에는 잠자리용 책이 많아서 가끔 수업중에 읽어주기에 적당하지 않기도 하다. 너무 잠자리용 책으로 좋아서 아이들이 잠들어버릴 것 같은 그런 책 말이다. 심지어 잠자리용 책들은 끝에 여운이 남아서 다음 책으로 바로 넘어가기 애매한 분위기도 있다. 다음에는 잠자리용으로 훌륭한 책들을 더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