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등가교환의 원칙 (feat. 어떤 빚부터 갚아야 할까)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를 읽어보셨나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두 번이나 애니메이션화가 되었던 이 작품에서 이런 명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은 뭔가의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뭔가를 얻기 원한다면 그와 동등한 대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연금술에서의 등가교환의 원칙이다."
등가교환의 원칙은 연금술뿐만 아니라 돈에도 적용됩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다면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지불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얻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돈을 쓰거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의 등가교환의 원칙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회계 방정식'입니다. 이 방정식은 자산, 부채, 자본 간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자산 = 부채 + 자본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1,400만 원에 팔리고 있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시계를 산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시계를 사기 위해 800만 원을 현찰로 결제하고 나머지 600만 원은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합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1,400만 원 가치의 시계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중 800만 원만이 진정 내 것이라는 걸. 나머지 600만 원은 결국 갚아야 할 빚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1,400만 원짜리 롤렉스 시계는 800만 원의 '부채'(빚)와 600만 원의 나의 '자본'의 합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기 때문에 자산이 아니라 '자본'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부릅니다. 밀리어네어는 자본을 백만 달러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자본을 순자산이라고도 합니다. 부채가 없는 순수한 자산의 금액이란 뜻입니다. 이런 단어들을 알지 못해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의 등가교환의 원칙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만약 롤렉스 시계를 몽땅 신용카드 할부로 샀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인걸 삼척동자도 압니다. 이런 경우 자본이 0원이기 때문입니다. 0원의 자본을 가진 사람은 부자가 아닙니다.
내 자본을 늘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벌어들이는 것보다 적게 쓰는 것입니다. 200만 원을 벌고 100만 원만 쓰면 자본이 100만 원이 늘어납니다. 둘째, 부모님으로부터 유산을 받는 것입니다. 다만 두 번째 방법은 나의 의지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재정전문가들이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 수입 대비 지출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쓰면 자본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예를 들어 200만 원을 벌고 300만 원을 쓰면 자본이 -100만 원이 됩니다.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등가교환의 원칙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납니다. -100만 원의 자본을 메꾸기 위해 100만 원의 빚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빚은 빈대 같은 존재입니다. 가장 흔한 부채가 신용카드 대금인데, 이 대금을 초기에 빨리 갚아버리면 괜찮지만 그러지 못하면 어마무시한 이자율로 인해 순식간에 그 빚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온 집안에 퍼진 빈대처럼 이 빚을 박멸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결국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이것을 법적으로 '개인파산'이라고 부릅니다. 개인이 더 이상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갚을 수가 없는 상태에 처했을 때 파산하게 됩니다. 이자는 빌린 원금과 이자율로 인해 정해집니다. 빌린 원금이 높거나 이자율이 높으면 내야 하는 이자 또한 많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자가 높은 신용카드를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것입니다.
유동비율(current ratio)은 유동자산의 유동부채에 대한 비율이며, 개인이 일 년 안에 부채를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유동자산: 이미 현금화되어 있거나 1년 안에 쉽게 현금화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현금, 적금, 현금화 가능한 주식/채권, 지인들이 1년 안에 나에게 갚아야 할 돈 등이 유동자산의 예시다.
유동부채: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이다. 신용카드 값, 대출이자, 1년 안에 지인들에게 갚아야 할 돈 등이 그 예다.
이상적인 유동비율은 2입니다. 즉 적어도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를 내 유동자산으로 두 번은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비율이 1보다 작으면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빚을 한 번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파트는 비유동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비율을 계산할 때 사용되는 유동자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 전재산이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유동비율이 0이 됩니다.
혹시라도 대출을 받아야 할 일이 있으면 그 부채가 나의 유동비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미리 계산해봐야합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금을 받아 매달 500만 원을 상환해야 한다면 일 년에 총 6,000만 원을 상환하는 것인데, 유동비율 = 2를 적용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그 시점에 나에게 적어도 1억 2천만 원 (6,000만 원 x 2)의 유동자산이 있어야 안전하게 빚을 갚을 수 있습니다.
빚은 기왕이면 없는 게 좋지만, 빚이 있다면 어떻게 갚을지 이자율 5퍼센트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액션 플랜을 만드는 것을 권합니다.
이자율이 5퍼센트 이하라면: 매달 최소 납부액만 낸다.
이자율이 5퍼센트 이상이라면 (주택담보대출제외): 최대한 빨리 갚는다!
좀 더 자세하게 다음과 같은 액션 플랜을 만들어봅니다.
1.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대출 (신용카드, 학자금, 자동차 할부금, 주택담보대출금 등)과 이자율을 나열합니다.
2. 이자율에 따라 각 대출에 순위를 매깁니다. 가장 높은 이자율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3.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대출에 최소 납부액을 우선 내고, 남은 돈으로 가장 높은 이자율을 가진 부채를 갚는데 집중합니다. 5% 이상 이자율의 빚이 많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높은 이자율을 가진 부채가 신용카드 대금이라면 최소한의 생활비와 비상금 200만 원만 남기고 모조리 내 돈을 이 부채를 갚는데 써야 합니다. 평균 신용카드 이자율은 20%에 육박합니다. 이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투자처는 없습니다. 생계를 위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아니라면 자동차를 팔아서 대출금을 갚는 것이 낫습니다.
4. 가장 높은 이자율을 가진 부채를 다 갚았다면 그다음 높은 이자율을 가진 부채를 갚습니다.
5. 위의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갚아야 할 빚이 많으면 여유를 잃게 됩니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고수익의 투자처를 찾으려는 욕심을 부리게 되고, 이 욕심이 또 다른 화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언제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이 망하는 이유는 투자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빚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