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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Jun 06. 2024

7만 원으로 2인 가구의 일주일 식비를 해결해 보기

먹고사는데 얼마가 필요할까?

얼마가 있으면 일주일 동안 먹고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우선 몇 주간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냉동실, 팬트리에 있는 모든 재료를 최대한 소진했다. 그러고 나니 냉장고 안에는 양념만 남고, 팬트리에는 토마토와 버섯 통조림 한 캔, 건미역 반봉지, 호두 반봉지, 말린 크랜베리, 밀가루, 렌틸콩 한주먹, 쌀이 남았다. 이제 내 질문에 내가 답을 해볼 차례다. 

장을 보러 갈 때가 되었다.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량의 물건을 살 수 있는 최적의 마트는 알디 (Aldi)다. 딱 일주일치 먹을 장만 보기 위해 동네 알디에 갔다. 

알디 외부와 내부.

목표는 50달러 미만으로 장을 보는 거였는데, 다 사고 나니 $42.25, 한화로 58,000원이 나왔다. 이때 양배추를 까먹고 못 사서 나중에 집 근처 마트에서 양배추를 $3.22에 구매했다. 그래서 총 $45.47, 한화로 62,000원을 지출해서 20가지 아이템을 샀다

우유 1 갤론 (3.8L): $2.91

오트 (귀리) 1.2kg: $3.95

뼈 없는 돼지고기 등심 1lb (454g): $5.04

닭다리 정육 5lb (2.3kg): $5.95

간장: $1.55

파스타 면 한팩: $0.98

파 한 단: $0.95

카넬리니 빈 통조림: $0.81

레드 키드니 빈 통조림: $0.91

샤프 체다 치즈: $1.75

다진 마늘: $2.29

당근 2lb (1kg): $1.39

바나나 6개: $1.33

캔탈롭 멜론 한 통: $2.49

양파 한 망: $1.99

파스타 소스 한병: $1.99

시금치 한 팩: $1.49

계란 12개: $1.79

고구마 1kg: $2.79

양배추 한 통: $3.22

한 가지 식비를 아끼는 포인트를 꼽자면, 포장돼 있고 가공된 음식을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식비를 줄이려고 라면을 사는 것은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다.

마트에서 신라면 한 봉지는 $1.50 정도 된다. 라면 두 봉지로는 성인 둘이 한 끼밖에 해결하지 못하는데, 3달러이면 귀리 1.2kg를 산다. 오트밀 30인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3달러로 렌틸콩 한 봉지와 쌀 한 봉지도 살 수 있는데, 성인 한 명이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제 장본 재료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우리 부부의 삼시 세끼를 해결해 본다. 


첫째 날

저녁: 장을 본 날 저녁, 사가지고 온 닭 반 팩, 고구마, 당근, 시금치로 닭갈비와 시금치 된장국을 만들었다. 육수를 낼 재료가 없어서 그냥 된장, 고추장, 마늘만으로 맛을 냈는데 괜찮다. 고춧가루가 없어서 파프리카가루를 넣고 닭갈비를 했는데 이건 비추다. 이때 양배추를 사지 않은 것을 알고 저녁을 먹고 양배추를 사러 갔다.

닭갈비와 시금치 된장국

둘째 날

아침: 수제 그래놀라. 전날밤 귀리, 호두, 말린 크랜베리, 꿀, 올리브 오일을 섞어 오븐에 구워 수제 그래놀라를 만들었다. 그래놀라에 우유를 부어 먹으면 시리얼이 된다.

수제 그래놀라 시리얼

점심: 미네스트로네 수프와 아이리쉬 소다 브래드. 미네스트로네 수프는 양파, 당근, 콩 통조림, 토마토 통조림, 파스타 소스, 파스타를 사용해서 만든다 (레시피 링크). 수프는 한 번에 많이 만들어서 며칠 먹는다. 아이리쉬 소다 브래드는 밀가루, 버터밀크 (우유에 식초나 레몬즙을 넣어 만들면 된다), 베이킹 소다, 소금을 넣고 반죽하여 오븐에 굽는다. 먹고 남은 빵으로 수프에 곁들일 크루통을 만들었다.

미네스트로네 수프와 아이리쉬 소다 브래드

저녁: 닭갈비 볶음밥, 양배추 장아찌, 미역국. 전날 먹고 남은 닭갈비에 밥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었다. 양배추 1/3통을 썰어 장아찌로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밥반찬으로 먹을 예정이다. 소고기가 없기 때문에 미역국은 미역만 넣고 만들었다.

닭갈비 볶음밥, 양배추 장아찌, 미역국

셋째 날

아침: 수제 그래놀라 시리얼

점심: 미네스트로네 수프

저녁: 태국식 돼지고기 시금치 덮밥. 마트에서 산 돼지고기 등심을 집에서 닌자 차퍼로 갈아서 다진 돼지고기로 활용했다. 

태국식 돼지고기 시금치 덮밥

넷째 날

아침: 수제 그래놀라 시리얼

점심: 미네스트로네 수프

저녁: 안동찜닭과 양배추쌈. 남은 닭다리로 안동찜닭을 만들었다. 계란, 당근, 고구마도 간장에 함께 조렸다. 

다섯째 날

아침: 바나나

점심: 전날 먹고 남은 안동찜닭과 양배추쌈

저녁: 고구마 당근 체다 수프와 렌틸콩을 곁들인 파스타. 고구마, 당근, 체다 치즈, 양파로 수프를 만들었다 (레시피 클릭). 토마토소스에 렌틸콩을 삶아 파스타 소스를 만들어서 단백질을 보충한다.

고구마 당근 체다 수프와 렌틸콩을 곁들인 파스타

여섯째 날

아침: 수제 그래놀라 시리얼

점심: 고구마 당근 체다 수프와 렌틸콩을 곁들인 파스타

저녁: 야채 오트 볶음밥과 시금치 된장국. 파, 양파, 계란, 양배추, 당근을 볶고 마지막에 귀리와 쌀밥을 5:5로 넣어서 볶음밥을 만들었다.

야채 오트 볶음밥과 시금치 된장국

일곱째 날

아침: 수제 그래놀라 시리얼

점심: 로제 오트 리조또. 간 돼지고기를 볶고, 파스타 소스, 우유, 체다 치즈를 넣어 소스를 만든 뒤 마지막에 귀리와 쌀밥을 5:5로 넣어서 리조또를 만든다.

로제 오트 리조또

저녁:  비빔밥과 미역국. 다진 양파, 귀리, 밥을 볶아서 비빔밥의 밥을 만들었다. 비빔밥 고명으로 양배추, 시금치, 당근, 돼지고기, 계란을 썼다. 

비빔밥과 미역국

여덟째날

아점: 고구마 오트밀. 주말에 늦게 일어나서 아점으로 고구마 오트밀을 먹었다. 오트밀을 만들고 마지막에 으깬 구운 고구마와 꿀을 섞어준다. 위에 과일도 얹어준다. 

고구마 오트밀

간식

캔탈롭 멜론

오트 떡꼬치: 집에 떡이 없어서 귀리를 갈아가지고 귀리떡을 만들어서 떡꼬치를 만들었다. 식감이 떡만큼 쫀쫀하지는 않아 아쉽다. 

바나나 오트 쿠키: 오트밀, 바나나, 꿀, 시나몬 가루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쿠키다. 맛도 있고 만들기가 쉬워서 강추!

캔탈롭 멜론, 오트 떡꼬치, 바나나 오트 쿠키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오트, 간장, 간 마늘을 제외하고 모든 재료를 소진했다. 솔직히 평소에는 이렇게 예산을 정해놓고 장을 보지는 않는다. 빵도 그냥 사 먹지 굳이 내가 밀가루 반죽해서 굽지 않는다. 외식도 한다.


하지만 일주일 7만 원 미만으로도 두 사람이 먹고살 수 있다는 깨달음 자체가 나에게 뭔가 모를 자신감을 준다. 한 달이면 28만 원, 넉넉잡아 40만 원만 있으면 우리 부부는 힘들지 않게 먹고살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둘이서 40만 원을 벌 수 있는 노동력을 유지할 자신은 있다.


브런치에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필요한 돈을 계산하는 법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경제적 독립이란 근로 소득 없이도 현재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경제적 자유라고도 말한다. 나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필요한 돈을 계산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쓰면 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필요한 돈 = 1년 치 생활비 x 25

한 달 식비가 40만 원이면 일 년이면 480만 원이다. 위의 공식을 활용하면 우리 부부의 '식비 자유'를 위해 필요한 돈은 1억 2000만 원이다. 일인당 6,000만 원이 있으면 근로소득이 없어도 식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 달 식비로 100만 원을 쓰면 '식비 자유'를 위해 필요한 돈은 3억 원이 된다. 한 달에 200만 원을 쓰면 6억 원이 필요하다. 

노후 준비와 자산 관리는 내가 생활을 유지하는데 얼마가 필요한 지 정확히 아는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남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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