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재료를 양식으로 바꾸는 킥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먹고사는 건 결국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생선, 고기, 채소를 먹으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런데도 신기한 건,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어느 지역이나 나라에서 먹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물론 기후와 토지 조건에 따라 재료 자체의 맛도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이건 한식이네” 혹은 “이건 양식이네”라고 쉽게 구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향신료와 허브 같은 시즈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식에는 닭죽이 있고, 양식에는 치킨 앤 라이스 수프가 있다 (수프 레시피 링크). 둘 다 주재료는 닭과 쌀이며, 수프에는 기본적으로 우리 냉장고에 흔히 있는 당근, 양파, 마늘 같은 재료가 들어간다. 그런데 마지막에 더해지는 킥 하나로 이 두 요리가 태평양만큼 멀어진다. 닭죽의 킥이 인삼이라면, 치킨 앤 라이스 수프의 킥은 건바질, 건오레가노, 건타임 같은 허브들이다. 이 작은 차이가 각 요리를 전혀 다른 풍미로 완성시킨다.
바질, 오레가노, 타임, 로즈메리는 양식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클래식한 허브들이다. 파스타, 생선, 고기, 수프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생으로도 많이 쓰지만, 건조 허브는 보관과 사용이 편리에 레시피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허브들은 각각 건조된 형태로 판매되지만, 특정 비율로 섞어 한 통에 담긴 이탈리안 시즈닝(Italian Seasoning)이라는 제품이 있다. 이탈리안 시즈닝은 위에 말한 허브가 들어가는 요리들에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어 굉장히 실용적이다. 4-6인분 요리에 2작은술 정도만 필요하기 때문에, 21g짜리 작은 통 하나만 있어도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가격도 3-4달러 (한화 4~5천 원) 정도로 저렴하며, 한국에서도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탈리안 시즈닝을 넣는 순간 풍미가 확 바뀐다. 똑같은 감자라도 달달한 휴게소 알감자 레시피에 설탕을 빼고 이탈리안 시즈닝을 뿌려 구우면 양식에서 가니쉬로 나오는 감자맛이 된다.
또한 신기한 점은, 올리브오일, 간장, 이탈리안 시즈닝을 섞으면 간장이 더 이상 한식 재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소스맛을 보더니 "이거 기내식에서 양식 고르면 나는 향이잖아"라는 말을 했다. 이 간단한 조합으로 만든 마리네이드 소스는 흰살생선, 닭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생선 요리에 이 소스를 사용하는데, 생선은 소스에 오래 재울 필요가 없어 금방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 요리를 할 경우에는 불고기를 만드는 것처럼 고기를 양념에 최소 30분에서 최대 8시간 정도 재운다. 자세한 양념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이탈리안 마리네이드 소스 (3-4인분)
재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4 TBSP, 진간장 4 TBSP (혹은 발사믹 식초 4 TBSP), 이탈리안 시즈닝 2 tbsp, 마늘 1.5 tbsp, 후추 적당량
1 TBSP = 1큰술, 1 tsp = 1작은술 (베이킹용 계량스푼 기준)
원래 참고한 레시피(링크)는 간장대신 발사믹 식초를 쓴다. 재미있게도 발사믹 식초대신 쓸 수 있는 재료가 간장이다.
만드는 법:
모든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재료:
해동된 냉동 대구살 4개, 마리네이드 소스, 소금
생물 생선이 당연히 좋지만, 마트에서 냉동으로 파는 대구살도 맛있고 간편하다. 또한 저렴하다.
생선대신 고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불고기를 만드는 것처럼 고기를 양념에 최소 30분에서 최대 8시간 정도 재운다.
만드는 법:
1. 해동된 대구살의 물기를 제거한 후,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2. 마리네이드 소스를 대구살에 골고루 바른다.
3. 오븐을 섭씨 190도(화씨 375도)로 예열하는 동안 대구살을 잠시 재운다.
4. 예열된 오븐에 재워진 대구살을 넣고 15~20분간 굽는다. 생선 중심부의 온도가 섭씨 63도 (화씨 145도)에 도달하면 완성이다.
5. 밥, 야채, 파스타 등과 함께 곁들여 즐긴다.
대용량으로 재료를 사면 경제적이라는 걸 알지만, 먹다 보면 질려서 다 못 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늘 같은 스타일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식에서도 매일 한식만 나오진 않는다. 양식도 나오고 중식도 나온다.
결국,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를 사는 것보다 여러 스타일의 집밥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시즈닝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5천 원짜리 이탈리안 시즈닝 하나만 있어도 요리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