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 퇴임식
오늘도 난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 고민해 본다.
by
몽운
Oct 21. 2023
주일이다.
가족 예배를 드린 적이 언제일까..
코로나 시국이 주는 기쁨 중에 하나는 시댁과의 왕래가 줄어들었다는 것.
주말 시댁에 가지 않을 때마다
“잤니? 어디 아팠니?”
라는 말로 포장을 한 날 서고 떨떠름한 표정과 목소리가 옵션으로 날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주말 밤까지 밥하고 설거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하튼 이 시국에도 간소화해서 퇴임식을 한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정신없이 밥을 차리던 토요일 저녁.
“여보세요?
네 어머니.. 전화하셨네요. 정신없어서 못 받았어요.”
언젠가부터 나는 시어머니 전화는 스피커폰을 이용한다
아들 앞에서 나는 좋은 너그러운 엄마이다 위선을 떨어야 하셔서
절대 나와 둘이 있을 때처럼 이상한 소리를 못 하시니까.
“어 그래. 잤니?"
(그놈의 잤니... 당신 아들은 집구석에서 폰이나 컴퓨터 안 하면 자는데.. 난 좀 자면 안 되는 걸까.. 당신들 앞에서 엉덩이도 붙인 적이 없는 나에게.. 남편이랑 말하는 본새가 똑같아서 더 정이 떨어진다)
“아뇨. 아기 때문에 바빴어요.”
“그랬니? 나 이번 주에 권사 퇴임식 하는데 들었니?”
“아.. 네.. (들었는데 왜 전화 안 했냐는 말씀이시군..)”
“코로나인데 위험해서 뭘 오니?"
(없는 말씀 시작이시군.. 꽃다발 사서 오라고 했다고 남편한테 들었는데요..)
“어차피 지금 유치원 가고 밖에서 만나는 거니까 갈게요."
“그럴래? 그럼 꽃다발 준비해서 와라.”
“아.. 엄마 우리 꽃다발 사 뒀어 갈 거니까 내일 아침에 봐요......."
(듣고 있던 남편이 짜증 섞인 목소리.. 본인도 쪽팔리겠지..)
“그랬니? 알았다.”
이런 통화쯤은 이제 거슬리지도 않는다.
남의 편과 금요일 다툼의 앙금이 사라지기도 전에 시댁 행사라니 달갑진 않지만
이혼할 때 불리할 수도 있으니 내 할 일은 해야지.
예전에는 매번 다툼이 있어도 시댁 가서는 하하 호호 연기를 했다.
부모님께 찡그린 얼굴을 보이는 것이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면 같이 사는 멍청이는 풀린 줄 알았던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생활로 돌입했다.
많은 부분 사과를 요구했던 일들은 10년 동안 단 한 번의 미안해가 없이 시간에 맡겨진 게
매일을 헛된 희망과 살게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기 챙겨서 교회로 향했다.
퇴임식이 끝나고 우르르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차까지 산책 삼아 모셔드린다며 가는 길..
좁은 골목길이라 시아버님과 남편과 딸이 앞서가고
자연스럽게 나와 시어머니의 거리가 좁혀졌다.
불안한 이 느낌은 뭘까...
이젠 생각만 해도 몸살을 얻고 두드러기가 나며 악몽을
꾸게하는 시댁에 대한 나의 예민한 마음이겠지 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서너 걸음쯤 걸었을까... 갑자기 나에게 더 가까이 붙은 시어머니.
그러고는 속삭이며 하시는 말..
“ 다른 집은 권사 퇴임했다고 봉투 봉투 주었다더라.”
“네?”
....... 침묵........
그놈의 봉투 봉투. 본인이 받고 싶으면 본인이 받고 싶다고 하지.
왜 매번 다른 사람을 팔아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봉사했던 것이 자식에게 돈 봉투를 말할 일인가?
누굴 위한 기도였는데 나에게 매번 돈 봉투를 말씀하시는 걸까?
진정 나에게 돈을 맡겨 놓으신 걸까...
사시사철 내가 사는 행색을 보면서 어쩜 저러실까..
기가 차서 화도 내기 싫은 순간이었다.
나이가 70이 넘어서 저러려면 어떤 뇌구조를 가져야 할까?
날 위해 기도했나? 본인 위해서 한 일을 왜 날 더러..?
기성 전 봉투..
봉투 주면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이거 뭐 얼마 안 되잖니?"
그 얼마 안 되는 돈의 십 분의 일이라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주신 적이 있으신지.
내가 혹시라도 만남 때 잊어버리면 한 달에 한 번은 혼자 있을 때 꼭 불쑥 찾아와서
저 말과 함께 딴 집 며느리 동서와 비교를 하시고는 봉투를 챙기시고
나도 당신의 아들도 먹지도 않을 교회에서 먹다 남은 떡, 다른 권사님이 주신 약밥, 고모님이 시골에서 주신지 시일이 지나 아직 다 못 먹은 채소를 주시고 미소를 띠며 나가셨다.
이 어이없는 소리를 집에 와서 그에게 전했더니
"그럼 용돈 좀 드릴까?".......
?????? 저 뇌구조는 또 무슨 발상의 전환을 하신 건지.
참 창의롭기 그지없는 모자 덕분에 오늘 하루 더 퍼석해진 나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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