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밤, 포슬포슬 성긴 눈이 내리던
나의 작은 풍경에는 어디서 홀연히 나타난
짐승 하나 들어 정적은 깨지고
고집스러운 미련만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본래 그 짐승은
누군가의 눈에도 쉽사리 띄지 않는
있는 듯이 없는 듯이
그저 그런 하찮은 것이었다
누구나의 눈길 한 번 끌지 못했고
누구 하나의 관심을 받은 때가 없다
어느 날 누군가 던진 거짓된 몸짓 하나
작은 파장이 끝끝내 누구인들 흔들어대더니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깨웠다
감히 허락되지 않는 거친 호흡으로 깨어나
무질서한 발길질로 어지러이 지치던 놈은
메스꺼운 오물만 흔적처럼 뿌려대고는
다시 누구나의 모습으로 감추고 있다
오늘처럼 볕 좋은 날에는 어디에선가
거짓된 눈웃음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곧 천지에 파란 풀잎 울긋불긋 가득할 것을
짐승이 거칠게 짓이겨 놓은 나의 작은 풍경엔
바람살에도 흔들리지 않는 키 낮은 풀잎들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는 그 모양이 짠하다
또다시 보슬보슬 눈 내리는 날
하얗게 눈 쌓이는 풍경 속에 서서
이젠 속지 않을 것이야 하면서도 못내 속이면
또 속고야 마는 나의 이 미련스러운 고집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