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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에

by 몽유

담장 너머로 쫓아와 어둠을 흔드는 휘파람 소리

마당 한편에 나란히 서서 골 깊은 주름살을 새기고

아등바등 애써 찾아와 식구들 함께 하는 이 저녁

보름달처럼 갖은 나물 둥근 유기그릇이 눈에 든다


목덜미를 스치 듯 와닿아 겨우 한나절 찬란했던 봄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더니 다시 숨바꼭질을 하고

바람 때리는 소리 가득한 감나무, 유자나무, 비파나무

가을에 감은 달리겠지만 유자는 보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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