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눈이 많이 내렸던 날, 누리는 자주 고장나 버렸다. 산책하다가 갑자기 멈췄고, 다리 한쪽을 들더니 주저앉아 날 올려다보며 구슬프게 울었다. (원래 개가 눈 위를 걷는 걸 힘들어하나요?) 내가 쭈그리고 앉아서 얼음조각을 털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차게 걸어갔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의도한 만큼 해내지 못한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세상의 전부이고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이 작은 존재덕분에 왠지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