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신호대기 중인 태권도장 버스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하얀 도복을 입은 빨간 볼의 꼬맹이들이 앞뒤로 아웅다웅하는 그 살가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미취학 시절 태권도장 언니 오빠들과 놀던 추억의 장면들이 마구 떠올 떠올.. 라야 하는데.
이상하다. 예전에 나는 태권도장 버스만 보면 하이얀 도복 팔랑거리며
골목을 뛰 댕기던 시절로 돌아가 추억팔이 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어. 내가 왜 이러지.
이번에 나는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운전석에서 고개를 돌린 채 소란한 아이들을 훈계중인,
젊은 사범님의 마구 풀어진 도복 앞섶..을 응시하느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더랬다.
어찌나 초 집중을 하였던지 초록불이 된 줄도, 점멸신호로 바뀐 줄도 모르고 있었고.
그러다 불현듯 깨어나 도망치듯 횡단보도를 건넜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도리질과 달음질을 동시에 시전하며 힐끗 본 붉은 신호등이
마치 나를 꾸짖듯 번. 쩍. 번. 쩍. 거리는 듯 느껴진 것은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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