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몽 Mar 06. 2024

주인공은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배운 주연으로 사는 법

 요즘 휴직으로 회사를 쉬게 되면서, 그 간 하고 싶었던 밀린 공부들을 하고 있다. 내가 당장 시간만 있어봐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것이다라는 포부가 부끄럽게도, 휴직시작한 지 3주 만에야 겨우겨우 출발선에 서게 되었지만. 배우고 싶었던 것은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시나리오였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항상 매료되었다.  어릴 때부터 꽂힌 영화는 10번이고 15번이고 보곤 했고, 어떤 드라마는 대사와 장면을 다 외워버릴 지경까지 플레이하기도 했다.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두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매료시키면 얼마나 짜릿할까,라는 상상을 했었고 마음 한 구석에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은 일이 되었다. 그 덕에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했고, 시나리오 작법서들을 한 두 권 읽고 있는데, 작법서에 나오는 내용이 시나리오 작가에게만 유용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말했다. "삶은 행동 속에 존재한다. 삶의 끝에 남는 것은 행동이지 특질이 아니다." 즉, 인물은 능동적이어야 하고 뭔가를 해야 하며 뭔가를 일으키는 존재이지 늘 반응만 하지 않는다. - 시드필드,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주인공은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계획대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오기환, <스토리 : 흥행하는 글쓰기>

  모든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주인공은 현재시점에서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늘 사건을 일으킨다. 사건에 반응하기만 해서는 주인공의 자격을 얻을 수 없다. 그것은 주인공의 계획에 장애물을 놓는 조연의 역할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회사라는 공간과 시간에 묶여 주어진 일을 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내가 과연 내 인생의 주인공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 시간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타의에 의해 일어나야 하고,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도 회사가 오라고 했기 때문에 가야 한다. 하루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편의점에서 참치샌드위치를 고를까, 바나나를 고를까 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다. 애초에 세상이 굴러가도록 하는 부품 중에 하나로 태어나고 길러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결국 이런 공허함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 스스로를 조연으로밖에 쓰고 있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이다. 하루 안에 주인공인 내가 의도한 계획과 실행이 얼마나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자. 회사에 매일 출근할 때는 힘들다는 핑계로, '굳이'라는 이름을 대면서, 이거 하면 돈도 쓰고 체력도 쓰는데 둘 다 아끼자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게 떠올라도 하지 않고, 갖고 싶은 게 떠올라도 갖지 않으면서 계획하지 않았다. 계획이 없으니 실행도 없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를 '굳이' 조연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나라는 영화에서, 상황에 반응하기보다 사건을 일으키는 멋들어진 주연이 되어보고자 한다.

이전 04화 나 좋으라고 하는 일들을 하며 사는 것. 일종의 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