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늪 100층짜리 집_ 이게 얼마만인가요! 100층짜리 집 시리즈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나 할 것없이 좋아하는 그 시리즈 말이지요. 이번 그림책은 기존 100층짜리 집들 보다 탐험하게 되는 이유와 마지막 숨겨진 비밀까지 좀 더 재미있었어요. 그야말로 흥미진진!
2. 호박 목욕탕_ 찌자매가 좋아하던 빵도둑의 작가 시바타 게이코의 책들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이 그림책은 내용이 솔직히 좀 뻔하지 않을까 싶어서 구입을 미루다가 산 거였는데, 이미 찌자매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서 읽고 좋아했던 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함께 읽으며 너무 재미있어서 구입을 미뤘던 저를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도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내용이 참 흥미롭게 이어져요. 생각과는 다른 반전이 큰 묘미의 그림책이었습니다.
3. 빵이 된 백곰_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좋아할 그림책이예요. 다양한 빵과 빵으로 변신하는 백곰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다채롭게 등장하거든요. 새로운 그림책을 구입하면 큰찌도 함께 읽는데, 장래 파티쉐가 꿈인 큰찌도 참 좋아하던 그림책이었습니다.
*유창한 읽기는 왜 필요할까요?
어젯밤 둘찌가 <호박 목욕탕>을 처음 보는 저를 위해 직접 읽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느새 유창하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중간 중간 멈추어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게?”하고 묻는 둘찌가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저에게 “어때, 재미있지?”하면서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제가 미처 못 본 그림을 짚어주기도 했어요. 이 모습들을 지켜보며 문득 저는 유창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유창성. 과연 유창성의 뜻이 뭘까요?
티모시 라신스키, 카밀 블라코비츠, 크리스틴 렘즈가 지은 <읽기 유창성 지도법>을 보면 유창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읽기 유창성은 효율적으로 단어를 이해하는 기술, 즉 학생이 문맥 속에서 단어의 뜻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유창성은 정확하고 빠르게 감정을 표현하며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정의되며, 조용히 읽을 때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많은 분들이 아이가 글을 빨리 읽으면 ‘유창하다’라는 표현을 하시는데, 사실 유창성에는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독하는 자동성, 정확성 뿐만 아니라 표현력도 ‘필수 요소’랍니다. 유창한 읽기에 적절한 억양, 강세, 빠르기, 적절한 끊어 읽기가 꼭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여러 표현 요소들이 소리 내어 읽기에 적용되면, 읽기는 말하기의 특징들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와 심오한 글의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고 <읽기 유창성 지도법>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속도만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빠르기에만 집중하다보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미 능숙한 독자라고 할지라도 글의 난이도나 주제의 친밀도, 글의 장르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빠르기로 글을 읽게 되니까 말이예요.
그렇다면 ‘유창성’이 읽기에서 왜 필요할까요?
<읽기의 심리학에 기초한 읽기잠재력 키우기>의 정종성, 최진오는 읽기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적정한 빠르기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단어를 발음하는 데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어의 의미, 문장 구조,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 등에 집중할 수 있어서 독해가 향상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흔히 읽기 유창성을 해독에서 독해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비유해요(Pikulski & Chard, 2005).
찌자매를 키우면서 보니, 어느 정도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자 오히려 한 글자, 한 글자씩 힘을 주어 읽는 ‘축자적 읽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음운변동이 있는 단어를 어색하게 읽는 오류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단어 읽기가 아직 자동화에 이르지 못하고, 글자 단위로 주목하여 읽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많은 텍스트를 접하고 읽으면서, 자연히 주변에 있는 글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읽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유창성’이 조금씩 신장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답니다.
이후에 <읽기의 심리학에 기초한 읽기잠재력 키우기>를 읽고, 저의 육아 경험이 이론적으로도 자연스러운 발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자동화된 읽기 단계에 도달하는 거의 유일한 길은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거든요.
한편, 엄훈, 염은열, 김미혜, 박지희, 진영준이 지은 <초기 문해력 교육>을 보면 ‘모범적인 읽기’의 중요성도 등장합니다. 유창성을 향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안내에 따라 반복적으로 소리 내어 읽기’를 추천하고 있는데, 이 방법은 교사가 아이의 수준에 맞는 텍스트를 선정하여 일종의 모범적인 읽기를 반복하여 보여 주고 따라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엄마의 그림책 읽기를 듣는 것이 모방 학습을 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유창성’의 이야기에서 눈치챌 수 있으셨겠지만, 보통 아이의 읽기 발달의 지표를 ‘유창성’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확하게는 읽더라도 읽기 속도가 느리거나, 읽기 속도는 빠르지만 오류가 많고 표현력이 좋지 못한 아이의 경우 학년이 높아질 수록 독해에 어려움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해독에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 이해를 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아이의 읽기를 ‘들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창성이 잘 자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맞는 지도 방법을 집에서도 해보실 수 있어요.
당연히 억지로 반복하기만 하는 훈련은 피해야 하겠지만, 흥미있는 텍스트를 다양하게 접하게 해준다거나 부모님의 ‘소리 내어 읽기’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읽어주는 부모님의 입모양을 보여주며 혀의 정확한 위치를 느끼게 하는 등의 발음 지도를 해보는 일이나, 반복해서 보이는 읽기 오류라면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는 일도 해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