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베티는 너무너무 화가 나!_ 이미 그림책의 고전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베티 시리즈입니다. 큰찌 때 구입한 그림책인데 둘찌까지도 너무 잘 보는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은 자기 통제가 잘 안 되는 베티와 그 곁을 지켜주는 좋은 어른의 역할인 큰 부리새 아저씨가 등장하지요. 어른이 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순간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는 사건들이 등장하고, 베티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화를 냅니다. 둘찌는 이 그림책을 볼 때면 아주 공감한 표정으로 책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요. 그럴 때 그만큼 화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며 토닥여주고, 그러면서도 나름 단호하게 맞는 방향으로 등을 떠밀어 주는 큰 부리새 아저씨의 멋진 코칭을 통해 둘찌도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2. 베티는 너무너무 자기 싫어!_ 이번에 베티는 너무너무 자기 싫은 기분을 느낍니다. 자기 싫은 마음에 하고 싶은 그림도 그리고, 장난감으로 놀아도 보지만, 사실은 하품이 날 정도로 졸린 상태죠. 큰 부리새 아저씨는 자고 내일 놀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래도 베티가 자기 싫어하자, 책을 읽어준다는 말로 기분좋게 잠자리로 인도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베티는 스르르 잠이 들고, 세상은 고요해집니다. 그런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끝까지 너무 재미있는 책으로, 특히 마지막 장면을 둘찌가 참 좋아한답니다. 매번 그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더라고요.
*막내의 ‘책 권리’도 보장해 주세요!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 기회에 2년간 초등 현장을 떠나 교육대학원 석사 파견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오전, 교육청의 기준에 선발된 초등학교에서 초기 문해력 개별화 수업을 지도했죠. 초기 문해력 검사를 통해, 가장 시급하게 지도가 필요한 수준의 아이를 1:1로 만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던 중, 저와 동료 교사들이 지도하다가 만나게 되는 다수의 '막내'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가정 문해 환경을 살펴보았을 때, 그 아이들 수준에 '알맞은' 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었지요. 집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부피가 큰 장난감과 더불어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을 우선 순위로 처분하는 경우도 있었고, 유아 시기 그림책을 사주지 않았던 부모님들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아이의 '학습'을 위한 책들을 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 오빠, 누나, 형들의 수준에 맞는 책은 있는데, 이 '막내'들을 위한 그림책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집의 막내 아이들은 대부분 독서의 재미에 빠지지 못하고, 언니나 형의 책을 '읽는 척' 하다가 책에 관한 동기를 잃어 버리게 됩니다.
제가 지도 중에 만난 1학년 아이 한 명도 수업 초기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를 물었을 때, 글자를 읽지 못함에도 형이 읽는 <수학 도둑>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림책의 베스트 셀러인 <구름빵>이나 <100층짜리 집>은 알지 못했어요. 도서관에 간 적도 그림책을 제대로 읽어 본 경험도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럼에도 형이 읽는다는 <수학 도둑>은 본 경험이 있고, 집에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수학 도둑>을 실제로 재미있게 읽었냐, 라고 물었을 때에야 글을 읽지 못해 자세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형의 어깨 너머로 그림만 훑어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유튜브가 재미있고, 책은 재미없"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죠.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며, 알록 달록하고 크기도 제각각인 장난감들과 꽂을 데도 없는 책장 속 보드북들을 처분하고 싶은 욕구가 든 적이 많이 있어, 이런 부모님들의 마음에 무척 공감합니다. 첫째와 둘째가 네살 터울이나 나서, 아주 오랫동안 집 인테리어와 상관없는 알록달록하고 들쭉날쭉한 맥시멀라이프를 살았더랬죠. SNS에서 화이트나 블랙, 우트톤으로 일관되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지향하고 계신 분들의 사진을 보고 나서 우리집 거실을 쳐다보면 한숨이 나온 적도 많았습니다. 언제 나도 저런 정돈된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장난감과 더불어 '책'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패드가 그 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기대하시는 긍정적인 효과는 얻지 못하고, 도파민 중독에 빠져 자기 통제가 어려운 경우로 치닫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초등학교의 교실 상황이 걱정이 될 만큼이요.
그러니, 막내에게도 ‘책 권리’를 보장해 주세요. 아이가 있으시다면, 원하시는 '미니멀 라이프'는 안타깝지만 잠시 뒤로 미루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으로 아이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이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언니나 오빠가 그 시기에 읽었던 책이라도 계속 있는 편이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아요.
아이가 자라는 동안 수준에 알맞고 재미있는 책이 있는 환경, 그리고 첫째한테 하셨듯이 막내에게도 책의 이야기를 들을 권리를 보장해 주세요. 책을 만지고, 넘기고, 함께 놀기도 하는 경험을 하며 막내 아이들의 문해력이 쑥쑥 자라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