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이상한 손님_ 이 그림책을 며칠 전 둘찌한테 물어보지 않고, 친한 동료 교사에게 수업을 위해 잠시 빌려주었거든요. 신기하게도 그날 밤 잠자리 그림책 읽기 시간에 책장을 둘러 보던 둘찌가 바로 없어진 것을 알더라고요. 자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빌려준 것에 대해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이제는 물어보고 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튼 어제 책을 돌려받자마자 바로 읽겠다고 책장에서 뽑아들고 왔네요.
둘찌는 '백희나 그림책전'에 다녀온 이후, 이 그림책을 볼 때마다 그림책 속 물이 실제로는 비닐이었다는 말을 자주 해요. 어제는 왜 그릇들이 물 위에 떠 있지 않냐고 그림을 보며 묻기도 하고요.
또 “무지개는 그럼 어떻게 만들었을까?”하고 묻길래, 제가“사진을 찍은 다음에 그린 게 아닐까?”하고 말하니, “아, 내가 핸드폰으로 사진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하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그림책 전시회에 다녀와서 알게되고 느끼게 된 것들로 둘이 한참을 대화했던 밤이었습니다.
2. 이상한 엄마_ 이상한 엄마는 뮤지컬로도 봐서 그런지, 둘찌는 언제나 선녀 얼굴의 하얗게 분칠이 된 것이 무섭다고 해요. 왜 하얀 얼굴을 만들었는지 묻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 선녀님이 계란을 부치는 장면에서는 ”후라이팬 속의 계란은 작은데, 오른 페이지에는 왜 크게 있지?“하면서, ”이게 가까이 있어서 크게 나타낸 걸까? 아니면 진짜 커진 걸까?“하고 여러가지로 추측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수십번 같은 그림책을 봤어도, 엄마인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을 궁금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탐구하는 둘찌가 참 귀엽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 아이들을 '책의 언어'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법!
저는 초등교사이면서, 현재 2년째 교육대학원으로 석사 전공 파견 중입니다.
초기 문해력과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매일 오전엔 교육청에 '읽기 집중 지원학교'로 선정된 초등학교로 출장을 가서 1:1 개별화 수업을 진행합니다. 3월에 읽기 집중 지원학교로 선정된 초등학교의 전체 1학년을 대상으로 '초기 문해력 검사'를 하고, 그 점수가 가장 낮은 아이들부터 조기에 개입하여, 반 평균치의 문해력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개별화 수업을 하고 있답니다. 앞의 글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교실 속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문해력 격차는 5년이나 벌어지고, 그 격차는 가만히 놓아두면 절대로 줄어들지 않아 1:1 풀-아웃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초기 문해력 개별화 수업을 통해 1:1 지도를 하다보면, 만나는 아이들 대부분이 집에서 책을 읽어 본 경험(부모님이 책을 읽어준 경험)이 아주 적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책과 함께한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모두 어휘력, 배경지식 등 다양한 문해력 요소들의 결핍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또 하나, 구어와는 다른 양상의,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문어적 표현'을 굉장히 어색해 합니다.
예를 들면, '-입니다.' 하는 부분이 익숙하지 않아, 통사적 감각으로 한번에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입. 니. 다.'하는 식으로 한 글자씩 축자적으로 읽게 되어, 결국 '입나다.' 하는 식의 오류를 자주 만들게 되죠.
그렇게 읽고도 이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통사적으로 어색하게 느끼지 못해, 자기 스스로 오류를 인지하거나 읽기를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요즘 제가 초등학교에서 1:1로 가르치고 있는 아이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강사로서 연수생 선생님들을 컨설팅하며 만나는 아이들도, 문어적 표현들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대다수였어요. 그러면 교사는 이 아이들의 통사적인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합니다.
초기 문해력을 위한 개별화 수업 시간에, 이미 또래 수준보다 발달이 늦어버린 '읽기'를 효율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해 개발된 수준이 평정된 그림책(수준 평정 그림책)뿐만 아니라, 시중의 그림책을 다양하게 읽어주며 문어체에 익숙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또 아이에게 한 글자씩 글자에 집중해서 읽게 하기 보다는, 읽고 나서 어색한 느낌을 찾고 스스로 고치도록 하기 위한 촉진어를 써야 하죠. 그러면 조금씩 그 부분이 발달하고 자라나는 것이 눈에 보이게 됩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집에서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해력의 뿌리를 키워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랍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언어'라는 문어적 표현에 익숙하게 만든다는 부분도 참 유의미하죠.
집에서 어린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했어요, -입니다.' 하며 문어적 표현으로 이야기를 꾸며, 엄마처럼 책을 읽는 흉내를 내는 장면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이가 '책의 언어'를 많이 듣고 그것에 익숙해짐으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아이에게 소리내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배경지식, 어휘, 책의 언어, 책의 개념, 읽기에 대한 동기와 흥미 등 나중에는 어떤 교육 방법을 써서도 발달시키기 힘든 문해력의 여러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키워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책 읽는 뇌>의 매리언 울프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인지과학자나 교육학 박사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최고의 교육적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조금 먼저 아이를 키워가고 있는 육아동지로서, 문해력을 공부하고 있는 교사로서 이제 막 '부모'라는 문에 들어선 분들께 권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책을 읽어주시기를, 꾸준히 그 소중한 시간을 아이와 즐겁게 지속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일상의 바쁨으로, 혹은 그 중요성을 잘 몰라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지 않으셨더라도, 그리 늦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시작해보시라는 응원의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부모는 조금 힘들지라도, 이 모든 노력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을 책과 친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그 책이라는 친구가 아이의 인생의 걸림돌마다, 고된 모퉁이마다 다양한 힘이 되어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