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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Feb 19. 2024

겨울에 ‘겨울 그림책’을 읽으면 좋은 이유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둘찌가 골라온 그림책은 모두 겨울에 관련된 그림책이기도 하고,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이기도 하네요.


1. 겨울 이불_ 추운 겨울, 눈길을 헤치고 할머니댁에 온 아이는 얼른 아랫목에 깔린 겨울 이불로 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환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이불 속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곳은 다양한 동물들이 있는 찜질방. 묻어 놓은 공깃밥이 정겹게 느껴지는 아랫목에서, 아이는 곰에게 식혜와 달걀을 받으러 갑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어느새 할머니 무릎을 베고 스르르 잠든 아이를 데리러 아빠가 등장합니다. 늦은 저녁 아빠는 트럭의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할머니 집으로 도착하고, 할아버지는 늦게 온 아들을 위해 아랫목에서 밥을 꺼내 따뜻한 저녁 밥을 차려 줍니다. 정겹고 따뜻한 겨울밤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등에 엎힌 잠든 아이의 온기를 느끼며 겨울 밤을 걸어 나가는 아빠의 모습에 공감이 되며 저는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던 어젯밤이었습니다.


2. 눈아이_ 눈사람에 손과 발, 얼굴을 만들어 주자 눈아이가 됩니다. 아이와 눈아이는 어느새 친구가 되고 행복한 겨울을 보냅니다. 점점 눈이 녹고 눈아이는 더러워 지고, 작아지지만 둘의 우정은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숨어버린 눈아이를 찾으며 봄, 여름, 가을을 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다시 겨울이 찾아왔어요.


 과연 아이는 눈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눈사람을 만들던 경험을 떠올리고, 또 녹아서 아쉬웠던 시간을 기억하며 둘찌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겨울에 ‘겨울 그림책’을 읽으면 좋은 이유!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면, 재미있는 스토리에 푹 빠지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에 자연히 녹아들어가며 공감 능력을 키우기에도 좋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경지식도 많이 쌓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과 주인공의 경험을 동일시하며 이미 자신에게 있는 배경지식을 활성화 하기도 하고, 자신이 경험해 본적이 없는 일은 간접적으로 느껴보며 뇌 속에 하나의 지식으로 담아둘 수 있지요.


 춥고 눈도 오는 겨울이라는 계절에 ‘겨울 그림책’을 읽으면, 주인공이 겨울에 하는 행동들을 일부러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감하며배경지식을 활성화 시켜 책을 읽으니,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죠. 그리고 반대로 그림책에서 읽었던 것을 가지고 바로 실생활에 적용하고,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눈사람을 만들며, 둘찌가 어젯밤 읽은 <눈아이>에서의 주인공의 행동과 그 감정을 자연스레 떠올려 보았답니다.


 그리고 <겨울 이불>에서 뜨거운 아랫목에 깔린 두꺼운 솜이불이나 이불 속에 넣어두는 공깃밥은 부모님의 입을 통해서나 듣던 '옛날 이야기'이니만큼,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간와 공간을 넘어 모든 경험을 할 수는 없으니,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되지요.


 배경지식에 대해 글을 쓰고 있자니, 올해 가르치는 아이중에 한 명이 떠오릅니다. 그 아이는 그림책의 '바다 그림'을 보고도 바다를 알지 못했거든요. 글자를 잘 읽지 못했던 아이라, 그림으로 먼저 의미를 느끼고 어휘를 떠올려 글자를 읽어보는 전략을 썼던 거였는데, 그것마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는 바다에 가본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해요.(우리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억하게 되니까, 흘러가는 장면 속에서 바다를 본 적이 있더라도 아이에게 의미있지 않았다면 뇌 속 배경지식창고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바다라는 낱말을 읽을 때, 활용할 의미 단서가 없어서 훨씬 글자도 어렵게 읽고 문장 이해도 어려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아이가 바다에는 가보지 못했더라도 책을 통해서 바다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바다에 관한 여러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바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금 더 생생한 바다를 만나길 바라며 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죠. 그리던 중, 드디어 얼마전, 아이는 생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 만난 아이는 비행기를 탄 일과 바다를 실제로 보고 손을 담궈 본 일에 대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경험덕에 그 이후에 읽은 바다 관련 그림책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훨씬 풍부하게 의미를 이해하고 느끼며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그림책은 아이의 경험과 연관되어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을 활성화 해주기도 하고, 하지 못했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게도 해줍니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을 겪어보지 않아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고, 함께 웃어주거나 아파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이 아이 교육을 넘어 아이 인생에 전반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지요.


 춥고 눈이 오는 이 계절에 겨울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세요.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두꺼운 이불을 덮는 경험, 방에서 밖으로 나갈 때 입김이 나는 경험, 빙판에서 미끄러지던 경험, 눈이 오는 날에 눈사람을 만드는 경험, 그 눈사람이 녹았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던 경험... 이런 겨울에 관련된 크고 작은 경험들을 읽고 있는 그림책과 연관지으며, 아이는 훨씬 더 책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한 두 권의 그림책 외에 아이랑 함께 읽으면 좋을 겨울 그림책 몇 권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김지안 <코코스키>, <감귤 기차>

-윤지 <식빵 유령>

-이명하 <달 가루>

-천미진 <떡국의 마음>

-히야시 아키코 <크리스마스 딸기 케이크>, <안녕하세요, 산타 할아버지>, <바지야, 같이 가!>

-구도 노리코 <겨울은 어떤 곳이야?>

-이와무라 카즈오 <14마리의 겨울나기>

-샘 어셔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

-사카이 고마코 <눈이 그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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