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지구에 온 너에게_ 이토록 멋진 지구 소개책이라니!
이 작품은 구상에서부터 제작까지 5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해요. 주인공이 먼 우주에 사는 외계인 친구에게 편지르르 띄우는 형식으로 지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으로는 그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데요. 저마다의 다채로운 삶과 이야기를 섬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전달하고 있어요.
둘찌도 한 장면, 한 장면 그림을 살펴보며 뜻깊게 읽었답니다. 오늘 남편에게 반 친구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고 추천해서, 출근길에 들고 갔거든요. 어제의 둘찌처럼 2학년 친구들도 즐겁게 읽었겠죠?
*그림책과 ‘상호작용’하며 잘 읽고 있나요?
어젯밤 <지구에 온 너에게> 그림책을 함께 읽은 큰찌는 이 책이 <산딸기 크림 봉봉> 그림체랑 비슷하다며 <산딸기 크림 봉봉> 그림책을 가져와 둘을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스타일이 상당히 비슷했는데, 실제로 같은 소피 블랙올 작가더라고요. 소피 블랙올은 칼데콧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으니, 현재 최고의 그림책 작가라고 칭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아요. 저희 집에도 <안녕, 나의 등대>를 비롯해 두 권은 더 있거든요. 어쨌든 아이들이 작가만의 고유한 그림 스타일을 안다는 것은 늘 신기합니다.
둘찌는 이 그림 책의 일러스트 중에서 특히 새와 바다 생물이 나오는 장면을 좋아했는데요. 새들이 모두 날지만 펭귄이 날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무리> 그림책을 들고 왔어요. <무리> 그림책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무리들과 다른 하나의 그림을 찾는 그림책이거든요. 기린 중에 목이 짧은 기린을 찾아보라든지, 투명 인간 무리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렇게 익살스럽게 그려진 숨은 그림찾기 중에서 달리는 새를 찾아보라는 페이지를 펼친 둘찌. “달리는 새도 있는데…” 하면서 웃더라고요. <지구에 온 너에게>와 <무리> 그림책의 새 일러스트를 비교해 웃음 포인트를 찾는 둘찌를 보며 저도 함께 웃으면서도, 이렇게 비교를 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물고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저한테 흰동가리를 찾아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생물도감 책에서 이 물고기를 봤다며 해당하는 물고기 페이지를 책에서 찾아 펼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그림책에 빠져들면서, 주인공이나 그림과 스스로 대화를 나누곤 해요. 이미 알고 있는 자신의 배경지식과도 연결시키고, 다음 이야기를 추측하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텍스트를 읽어 나갑니다.
이렇게 읽으면 사실 시간이 참 오래 걸려요. 그래서 엄마가 지친 날, 빨리 읽고 자야하는 날에는 저도 모르게 아이의 이야기를 덜 들어주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아는 게 무섭다고, 초기 문해력은 제가 전공으로 공부하는 분야라 최대한 아이가 주도적으로 하는 이야기들에 함께 빠져들려고 노력합니다.
작년 3월에 학교에서 만난, 문해력이 또래에 비해 뒤처진 아이가 아주 쉬운 글자만 더듬거리며 읽었거든요(그것마저 거의 읽지 못했지요). 아이는 그림은 거의 보지 않고 글만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전체적인 줄거리 파악은 조금씩 가능했지만, 책의 내용에 공감을 하거나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두 학기를 보내는 동안 열심히 그림책을 읽어주며 책을 매개로 유의미한 언어적 상호작용을 하려고 노력했더니 , 12월에 가서는 그림책을 읽으며 “얘 화났겠다.’, “나도 이런 적 있는데…”, “이 그림 진짜 웃겨요!”하더라고요. 책과의 상호작용을 알아서 하는데, 그 성장에 놀라고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실 때 엄마는 주로 글을 읽게 되지만, 아이의 시선은 글과 그림을 번갈아 지나갑니다. 그럴 때 빠르게 책장을 넘기지 말고, 아이의 눈을 바라봐 주세요. 아이가 좀 더 보고 싶은 장면에는 함께 멈춰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답니다.
그렇게 그림책의 이곳 저곳을 재미있게 탐험하던 아이가 인물, 내용이나 그림에 관련된 말을 스스로 하고 있다면 제대로 그림책을 잘 즐기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일상의 루틴들에 마음이 바쁘시더라도 잠시 그마음을 내려놓으시고 아이의 그림책 읽는 속도에 맞춰 함께 천천히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