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성격이다. 관심이 가는 것이 생기면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시작해서 괜찮다 싶으면 꽤 깊이 들어간다. 스스로 납득이 될 만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직접 해보고 공부한다. 늘 몇 가지는 그런 관심을 두고 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다 보니 꽤 많은 것들을 해보았다. 취미와 관련된 것, 직업과 관련된 것, 공부와 관련된 것, 생활에 관련된 것 등 다양한 분야를 집적거렸다. 나 스스로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전문가라고 생각지 않지만, ‘그런 것도 아느냐’라는 소릴 자주 듣게 된다. 관심 있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질 때 듣는 얘기다. 가끔 ‘있어 보이는’ 대화를 하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대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도 있지 않은가. 집적거렸던 주제를 얘기하다 보면 내가 알던 것을 꺼내게 되고, 내가 몰랐던 것을 듣게 된다. 사소한 것을 해본 경험담에서 시작해 엄청난 개똥철학에 다다를 때가 많다. 뭐 그렇게 대단한 얘기는 아니다. ‘있어 보이고픈’ 속물근성을 구현하고 합리화했던 한 남자의 경험담 정도랄까.
내가 대화를 나누며 느꼈던 즐거움을 글로 남겨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상을 찬찬히 서술하는 글들과 그리 친하지 않다.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지 못 했다. 지금까지 내가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준 글은 논문들뿐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써서 공개한 적이 없다. 여기 적는 글들이 어떤 독자에게든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디서 보지 못 한 문체로 보일 것이다. 섬세하지도, 유익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속물근성 있는 한 중년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