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돌이 Nov 10. 2019

문과 출신이 바라본 개발자의 첫인상은?

문과지만 죄송하지는 않아요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변에 개발자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에서도 이과 캠퍼스는 아예 다른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이과 캠퍼스는 입학식을 포함해서 딱 2번 방문했을 정도로 인연이 없는 장소였다.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갈 필요 자체가 없었다.


 이과생과 함께 하는 동아리에 든 것도 아니고 수업을 들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개발자로 전직할 줄 알았다면 복수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했겠지만 당시의 나는 개발자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IT 분야는 마주칠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첫 직장에서 꽤 빠르게 접하게 된다. 당연히 직접 개발을 하는 건 아니고 작은 프로젝트에서 개발자에게 기획한 내용을 구현해달라고 요청하는 입장이었다.



 갑질이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갑을 관계를 따지긴 좀 그렇지만 관계 상으로는 내가 갑의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고 갑질을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작 신입사원이 과장, 차장급에게 막무가내로 결과물을 내놓으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결국은 같은 그룹 내 계열사기 때문에 입사일을 따져보면 대부분 하늘 같은 선배님이다.


 기획을 하고 개발 요건을 정리해서 전달을 하면 일정 기간 뒤에 결과물을 받는 구조였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간단한 수정 같아 보이는 것도 개발자 분들은 항상 3주라고 대답을 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왜 요청만 하면 다 최소 3주래'


 당시 솔직한 심정이었다. 일정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기획안대로 개발된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은데 차질이 생기니 속이 타들어갔다. 간단한 수정 건도 3주라고 말했던 이유는 나중에 개발자로 일하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단순한 이유였으나 당시의 나는 항상 목 앞에 칼이 들어선 기분으로 일하고 있어 깨닫지 못했었다. 나는 한 사람의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을 요청하지만 개발자는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에게 업무 요청을 받고 있기에 새로 요청한 내용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였다.


 마냥 기간을 당겨달라고 하기도 어려웠던 건 퇴근을 하지 않는 개발자의 모습 때문도 있다. 내가 9시에 퇴근을 하든 10시에 퇴근을 하든 개발자 분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말에도 출근을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문과 출신으로 바라본 개발자에 대한 첫인상은 늦은밤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과 최소 개발기간 3주였다.




https://brunch.co.kr/@moondol/269

이전 01화 IT 개발자 전망이 좋다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