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그 문과생은 왜 개발을 선택했나
요즘 취업이 참 어렵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건만 다시 취업을 향한 출발선에 서야 했다. 출발선에 서는 걸 거부하고 1년을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출석체크를 하는 수업은 단 한 번의 지각도 하지 않았다. 출석체크를 하지 않는 수업은 가끔 가지 못했(않았)다. 1년을 논 덕분에 나머지 3년은 호락하지 않았다. 어떤 회사에 무슨 직무로 갈지는 몰라도 지원할 학점은 만들어야 했다.
경쟁률이 낮아서 지원한 사회학 전공 수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사회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평생 무심하게 넘어갔을 사회 현상들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무얼 배웠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인문학은 돈이 안 된다는 말에 국제통상학을 복수전공으로 골랐다. 경영학과는 학점이 부족했고 경제학과는 미적분이 싫었다. 무역 상무, 국제물류, 국제거래법 등 무역이나 물류 관련 전공 수업은 꽤 잘 맞았고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했다. 학점이 낮아서 지원하지 못한 경영학과 대신 차선책으로 택했던 복수전공으로 지원할 회사와 직무가 결정된 셈이다.
그리고 원하던 직무로 들어간 대기업을 퇴사하고 지금은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문과 출신으로 개발자로 일하는 독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보니 종종 질문을 받는다. 처음 준비할 때의 막연한 기분을 알기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려고 노력한다.
Q.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세요?
A. 전망이 좋아 보여서요.
IT 분야가 전망이 좋다는 건 사실이다.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해 논할 때면 어김없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그리고 블록체인 부분은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몸 값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그나마 빅데이터는 경영, 경제 또는 통계 전공에서도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 인력난이 덜한 편이다.
웹 개발자나 앱 개발자도 실력만 있다면 일할 곳이 많다. '실력'이라는 전제를 붙인 이유는 신입보다는 경력 개발자를 구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가 뜨면서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고 개발자 구인도 활발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바로 결과를 내서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입장이기에 신입을 채용해서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기엔 시간적, 금전적으로 한계가 있다. 대기업은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중고 신입(다른 곳에서 일했지만 신입 채용으로 지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늘었다. 큰 기업도 몇 년간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며 인력을 키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입보다는 즉시 전력을 원하는 건 비단 IT 업계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수요가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니까.
전망이 좋아서 개발자가 되려고 한다는 대답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다음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Q.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요?
A. 그것까진 아직 생각 안 해 봤는데요?
개발자가 전망이 좋다는 내용을 보거나 들었다면 어떤 개발자가 있는지 자료 조사를 해야 한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원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알아보는 건 당연하다.
'뭘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곤란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지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 '난 잘 모르니 다 알려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은 조금 곤란하다. 좋은 답변도 중요하지만 좋은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한 좋은 질문 역시 중요하다. 개발자가 전망이 좋은 건 알겠는데 그 외에 무엇을 더 알아보셨나요? 자료 조사를 해보니 어떤 점이 궁금해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