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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돌이 Dec 27. 2019

뉴스에서 본 개발자에 대한 인상은?

문과지만 죄송하지는 않아요

 처음 개발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 자그마한 프로젝트에서 상사와 개발자 사이에 끼어 일정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개발자', '개발기간'이라는 키워드로 분노의 검색을 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역시 '개발기간'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한 시간이면 수정 가능한 걸 3주라고 하는 개발자의 답변이 그 이유였다. 이후 뉴스에 개발자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좀 더 유심히 보게 됐다. 뉴스에서 본 개발자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긍정적인 뉴스 기사는 주로 성공신화를 다뤘다. 혼자 시작하든 팀을 꾸리든 작은 규모에서 시작하여 큰돈을 투자받고 상장까지 이뤄낸 그야말로 대박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면 창업을 하진 않았지만 기술과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구글, 아마존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부정적인 뉴스도 굉장히 많았다. 기존 시스템을 새롭게 갈아엎는 차세대 프로젝트에 투입된 협력업체 개발자가 과도한 업무와 요구로 고통을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갑을병정으로 내려가면서 환경과 처우가 점점 더 열악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에는 왜 하청의 하청의 하청까지 줘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시간, 기술, 돈 문제와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이슈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앱을 하나 만들어 운영을 하고 싶다. 갑 회사의 기획자는 기획안을 가지고 IT 부서와 협의를 한다. 구현할 앱의 기능이 많다고 판단한 갑 회사의 IT 담당자는 기존 서비스에 대한 개발과 운영 때문에 새로운 앱을 만들 여유가 없다고 답변을 한다. 그리고 앱의 개발을 담당할 외부 업체를 찾는 대안을 제시한다.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을'이라는 회사가 새로운 앱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됐다. 을 회사는 꽤 규모가 있는 회사지만 갑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정 안에 모든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일부 기능을 구현해줄 '병' 회사를 찾는다. 또 병 회사는 을 회사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어렵게 사람을 구해 추가로 인력을 투입한다.


 새로운 앱이 갑 회사가 원하는 기간에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한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요건과 수정사항으로 오픈이 지연되기도 하고 테스트 중 오류사항이 발견되어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오픈을 하고 나면 이제 실전이다.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케이스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며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 갑 회사는 을 회사에게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을 회사는 병을 찾는다. 병은 인력 '정'에게 원인이 뭔지 묻는다. 일종의 책임 폭탄 돌리기가 위에서 밑으로 타고 내려간다.


혼돈의 카오스

 프로젝트가 막바지로 갈수록 상사와 개발자 사이에서 고통받던 나는 점점 몸도 정신도 피폐해졌다. 문과 출신인 내가 개발자가 될 거라곤 아직 상상도 하지 못했던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https://brunch.co.kr/@moondol/269

https://brunch.co.kr/@moondol/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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