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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Jul 30. 2024

왜 우리 집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없을까.

다단계에서 오빠를 구하다. 2

우리 작은오빠는 참 많이 걱정을 시키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나가시고  오랫동안 방황을 했고, 어려서 나랑 많이 싸우고 자랐다.


서로 성인이 된 후에는  내가 누나 같은 기분으로 오빠를 대했다. 오빠가 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영원한 피터팬같이, 어린아이 같이 생각이 자라지 않는 오빠였다.


아버지는 작은오빠 고등학교라도 좀 보내주지.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에 합격했는데도 보내주지 않았다. 오빠가 고등학교라도 나왔으면 사는 게 달랐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사회성이 없어서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적응을 잘못했다.


내 나이 스물세 살, 오빠가 스물일곱 살에 다단계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오빠는 열심히 모은 돈을 룸메이트가 훔쳐 가서 한차례 좌절을 했었고 그래도 사회에서 살아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좌절했었다.


이제 다단계에 빠지면 작은오빠는 어떻게 살까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곳 다단계 사무실을 어떡해서든 탈출해야 한다. 꼭 오빠를 데리고.

  

나는 오빠와 단 5분만 이야기한다고 하고 다방 뒷문으로 빠져나왔고 대로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강* 경찰서로 갔다.


나는 목적지를 집으로 하지 않고 강* 경찰서로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 사람들이 뒤따라  올 것이 염려돼서 여차하면 택시에서 내려서 강* 경찰서로 뛸 참이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집으로 가면 그 사람들이 우리 집을 알아놓으면 안 되니까.


두 번째는 오빠의 설득이었다. 내가 아무리 잠깐 얘기한다 한들 오빠가 다단계에서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지만 경찰서에 가면 경찰들이 설득해 주길 바랐다. 또 한 가지는 불법 다단계 장소 신고도 할 참이었다.

 

택시 안에서 나는 오빠를 다독이며 지금은 오빠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이것은 불법이고 오빠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들이 따라올까 봐 연신 뒤를 돌아보고 마음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했다.  


잠시 후 택시는 강* 경찰서에 도착하였고 나는 오빠를 이끌고 경찰서에 들어가려는데 오빠는 또다시 입구에서 자기가 잡혀 들어가는 줄 알고 안 들어가려 한다.


나는 사기당한 사람은 죄가 없고 사기 친 사람을 신고하러 가는 거니 어쩌고 저쩌고 설득을 하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서 의자에 앉으니 맥이 탁 풀리면서 안심이 되었다. 이제 안전지대구나. 탈출하고 택시 타고 오는 동안 엄청 긴장했었다.

  

나는 경찰에 불법 다단계에서 탈출한 것을 이야기하고 오빠에게도 설명해 주십사 이야기했다. 경찰은 흡족하지는 않지만 오빠에게 설명해 주었다. 오빠는 잠시 설득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오빠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알아봤다. 오빠는 백만 원이나 되는 자개요(자석 붙인 이불)를 벌써 두 개나 구입했단다. 


너무 답답했다. 딱 봐도 아닌걸, 다단계에 확신을 갖고 믿는 작은오빠를 어찌할까 싶었다. 오히려 나에게 설명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매스컴에서 그리 잘못된 걸 알려주는데 저리 모를까 싶었다.


나의 설득과 경찰의 설득은 무의미했다. 그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날은 오빠를 빠져나오게 했지만 나중에 오빠가 나 몰래 다단계 사무실을 드나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저렇게 세상 사는 것을 몰라 어찌할까 싶었다.




어느 날은 집에 돌아와 보니 방에 가전집기들이 티브이고 뭐고 온갖 것들이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패대기 쳐져 있었다. 작은 오빠가 그런 것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에게도 피라미드 다단계를 권하다가 아버지에게 욕만 들으니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그렇게 미친 짓(?)을 한 것이다.


나는 집안 꼴과 작은 오빠의 미친(?) 상태를 보고 너무너무 절망했다.


'왜 우리 집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없을까.'


나는 조용히 나와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중전화로 갔다. 112에 전화해서 집에 가달라고 신고했다. 오빠가 더 미친 짓을 하기 전에 막아야 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다단계를 어렵게 탈출시켰건만 저렇게 정신 못 차리고 미치광이가 돼서는 자신을 믿어 달라고 집기들을 부수고 깽판을 치면 누가 믿을까.


아버지는 망연자실하게 무기력하게 있었다. 아버지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고 절망했다.


'왜 우리 집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없을까. 왜, 왜, 왜.'


몇 번이나 마음속에 외쳤다.


한편으로는 '믿어주지 않는다.'는 그 말이 마음이 아팠다. 한 번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적이 없으니 양복 입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었나. 그 마음이 조금은 짐작이 되었다.


그냥 다 불쌍했다. 아버지도 작은오빠도,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저렇게 사는 게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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