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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Sep 05. 2024

글을 쓰고 삶이 살아지다.(에필로그)

치유의 글쓰기

그  모든 글의 연재가 끝났다. 인생의 숙제 하나를 끝마친 것처럼 홀가분하다.


나는 글을 쓰기 전 심리상담이나 정신과에 가려고 했다. 살아갈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좀비처럼 침대에 누워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기도 싫고 , 가족도 싫고, 삶도 싫었다.  캘리그래피 전시회를 준비하며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글을  뽑아내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창피할 정도로 눈물을 많이 쏟아냈다


그때부터 아버지. 엄마, 내 얘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 안 되는 지인들에게 읽어 보라고  보내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내가 쓴 글이 재밌다고?'


다섯 명의 독자에 힘입어 3개월 동안 100여 개의 글을 썼다. 100여 개의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의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 같이 좋았다. 다섯 명의 독자가 열명이 되고 열명이 스무 명이 됐는데 모두 반응이 꽤 괜찮았다.


내친김에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까지 지원한 것이다.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글이 씨앗이 되어 브런치에서는 오로지 발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놀랍도록 마음이 좋아졌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병원에 가 볼 생각을 하던 사람이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의 고난들을 밖으로 내어 놓으며 나의 삶을 관조하고 객관화가 된 것이다. 또 하나는 글 속에 나에게 스쳐 지나갔던 고마운 인연들이 생각나서이다. 감사한 은혜받은 기억들의 소환이었다. 나를 사랑해 줬던 사람들,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러니 상처가 깊지 않고 금방 치유가 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 수치스럽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내 글을 조금 읽고 판단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잠깐동안, 


'쓰지 말까? 이게 흉이 되나?'


이런 생각어서 며칠 글을 못쓰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은 다 완벽하게 긍정적으로 살지 않는다. 남에게 상처주기도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실패투성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오로지 '락'만 표현하고 살 수 없다. 그냥 나의 지나 온 삶을 덤덤히 밝힌 것뿐이다. 자랑스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그저 나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남편도 실수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성실하게 우리 가정을 먹여 살리고 살고 있다.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어떤 시선들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나는 그렇게 아직 연약하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글을 쓰고 삶을 살아 내게 됐다. 많이 건강해진 것이다. 회복되 가고 있다.


이미 내 주변에 좋은 분들이 내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고 있었다. 그래서 금방 아물었던 것이다. 장문의  카톡으로 감상평을 내 준 지인들, 선한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들 하나하나 나를 살려주셨다.


그리고  안의 강인했던 나를 발견하고, 내 자신이 나를 끝까지 지켜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제 욕심도 없어졌다. 너무 긴장이 풀어졌다고 해야 하나 뭔가에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


이젠 그저 하루하루를 소확행처럼 살아내고 있다. 그걸 몰랐다. 그렇게 사는 것을 몰랐다. 글을 쓴 덕분에 평정심을 찾았다.


나는 딱 지금이 좋다. 욕심을 내려놓은 지금의 내 모습. 적당히 나이 들어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내 모습이 좋다.


아이들을 이뻐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교회에 가고 공부를 한다. 캘리 강의로 돈도 조금번다.


행복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이질감을 느꼈었는데 이젠 조금씩 알겠다.


큰아이와 예쁜 카페에서 서로를 바라볼 때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딱딱이 복숭아를 매일 두 개씩은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웃으면서 을 때 행복하다.


캘리 공방에서 좋은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하다.


막내가 '엄마 사랑해' 매일 얘기해 줄 때 행복하다.


매일 글을 집중해서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남편이 나를 아직 여자로 대하고 사랑해 줄 때 행복하다.


많이 늘었다. 행복한 일의 가짓수가 많이 늘었다.


불과 6개월 전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언제 어떨 때 행복한지 단 한 개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글을 쓰고 살아진 것이다.


감사하다 그저....  살았더니 살아진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소리 없이 또는 댓글로 응원하는 게 느껴졌답니다. 처음에 갑자기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일등을 하는 바람에 잠시 평정심을 잃었었지만, 올해 3월부터 블로그에 연재할 때 다섯 명의 독자들을 생각했지요. 숫자는 작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마음을 주셨던 그분들을 생각했지요.


그때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독자가 늘어난 것이니 일등을 하던, 블로그가 됐던, 브런치에 걸쳐있던 다 감사한 일이 됩니다.


저는 치유가 되었고,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용기를 갖고 위로를 받는다면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세상 살면서 참 보람 있는 일이 되겠네요.


항상 내 건강 먼저 챙기시고 행복하시길 기도 합니다.


아. 아.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언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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