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나도 우리를 그곳에 그 시간 속에 고마웠다 하고 돌아서게 돼서
있잖아, 나 마음 가는 사람이 생겼어
“꼭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널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 곁에 서 있는 네 모습이
조금 어색하지만”
사실 조금 됐어, 그 사람이 궁금한지는
생각지도 못한 때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사람이라
처음부터 특별했던
그런 사람
“다 버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어
다른 사랑 찾아가 버린 네 얼굴이
그렇게 밉진 않아”
우리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후로
참 오랜 시간 궁금했거든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언제쯤이면 아물까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때면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게 속상해서
언제쯤이면 잊혀질까
언제쯤이면 멀어질까 그랬었는데
“이제 우리 같은 시간 속을 남처럼
그렇게 걸으면 돼
달아나도 가지 못할 기억 안고”
긴 기다림 후, 우연히 너에게 누군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어려워지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라
그래서 더 고마웠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도 결국에는 인연이 아니었던 걸까 하고 묵묵히 기다리던 중에
놓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놓치면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래서 다시 연락했거든
그동안 잘 지냈냐고
“많은 날들이 아무 의미 없진 않겠죠
멀어지는 바람처럼”
네가 떠난 후에도, 그 긴 시간 동안 너를 기다리면서도
한 번도 너에게 다시 연락한 적은 없었는데
너를 생각하는 시간이 줄지 않아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늘어만 가도
그래도 한 번도 너에게는 다시 연락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라 한 인연을 내 마음대로 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보내야 한다면, 참고 견뎌내다 서서히라도 보내고 싶었으니까
“우리 함께한 기억들을 꿈처럼
그렇게 안으면 돼
눈 감아도 잊지 못할 추억의 널 묻고”
이 사람은,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보내면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너와 헤어진 후로
이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많이 옅어지고
용기 있던 모습도 점차 흐려졌지만
네가 돌려주고 간 나의 가치가 가루처럼 힘없이 사라진 것만 같아서
그래서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
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다시 잡았어
너에게 다가가던 그때보다
더 신중하고, 더 진심인 마음으로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요
이대로 묻어둘래요 나는요
거짓말처럼 또 하루가 살아지겠죠”
있지, 우리는
이제 정말 헤어지자
웃고 울던 날들
상처 주고 상처받았던 날들
기다리고 그리워하다
원망하고 무너지던 날들마저
이제는 다 보내주자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더는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미안해
이제 내 안에 네가 더는 있지 않아서
잊지 못할 사람이었나보다 위로하고 달래던 하루하루가
이제는 희미해져서
“많은 날들이 아무 의미 없진 않겠죠
멀어지는 바람처럼”
너는 떠나보냈지만
이 사람은 보내고 싶지 않아서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어서
그렇게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사랑했던 날 모두 사라지진 않겠죠
우릴 스치는 안개처럼”
너를 보냈지만
너를 보낸 것이 더는 상처가 되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라
너를 보냈기에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떨어지는
같은 시간 속의 너”
미안해
나도 우리를
그곳에, 그 시간 속에 둔 채
그때 참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돌아서게 돼서
이렇게 다 놓아주게 돼서
“같은 시간 속의 너”
이제 우리는
정말 헤어지자
그때 너를 만나 참 행복했던 것처럼
한때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
Reference. "같은 시간 속의 너," 나얼
작사. 나얼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