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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Aug 02. 2019

그 사람은 너와 달라

사소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있잖아,

그 사람은 너와 달라


신기하지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몇 년 전만 해도

너도, 나도, 우리의 친구 중에서도

과연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근데 있지

그 사람은 너와 달라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고

무얼 싫어하는지 물어보고

고민하면서 고르다

자기가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 곳에 데려가서

두 개 중에 고르지 못하니

둘 다 시키고는 싱긋 웃는


사소한

사소한 곳에서 나오는 차이 말이야


한 입 먹은 후 나의 표정을 살피고

혹 입에 안 맞지는 않는지 걱정하고

맛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며 웃어 보이고

그제야 한 입 먹어 보이는


사소한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차이 말이야


자기가 가봤던 예쁜 곳에 데려가고 싶어서

새로운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며칠 전부터 고민하고

설렘을 안은 채 데려가고


사소한

생각보다 그게 아주 크거든, 그 사소한 차이가


대신 들고 있는 나의 짐도 무거웠을 텐데

아무 데나 괜찮다는 나의 말에도

찾고, 또 찾고, 다시 찾고

먹고 싶다고 스치며 했던 말들이 기억나서

찾고, 또 찾고, 다시 찾고


그래서

하루 종일 걸었어도

지치지 않는 거 있잖아


나보다 그가 더 고생했을 텐데

그렇게 신경 쓰는 걸 보면서

챙겨주는 걸 보면서



그래 맞아,

그때는 네가 나의

빛이었고

세상이었고

삶이었어


근데 그런 너를 계속

그대로 스치게 하는

지나치게 하는

묻어두게 하는

잊게 하는


그 사람은 너와 달라

사소한,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그 사람은 너와 달라


충분히 말하라는

웃는 게 보기 좋다는


너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성격이나

공간을 사로잡는 매력이 아닌


그늘로 가려주는

곁에 함께 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 사람은 너와 달라


하나뿐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스치게 하는

지나치게 하는

묻어두게 하는

잊게 하는


그 사람은 너와 달라


그 사람은

너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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