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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Feb 28. 2024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렸을 때 사해행위 취소소송?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쉽게 말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렸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는 것인데, 변호사로서 정말 어려운 소송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채무자에게 현재 돈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를 고려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온 의뢰인 봄씨는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봄씨는 원금 회수를 보장하고 투자를 해준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작년까지 수천만 원을 입금했지만 원금 회수는커녕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고, 지인이 봄씨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돈을 입금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봄씨는 결국 지인을 형사 고소하였고 혐의가 인정이 되어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봄씨는 이와 별도로 이미 받아놓은 차용증을 근거로 민사 소송도 진행하여 다행히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 이후에 이를 집행하려고 보니 지인이 현재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임에도 지인은 늘 뻔뻔하게 '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고 이미 봄씨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채권자가 많아 앞으로도 돈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재산이 생긴들 채권자들이 모두 달려들 것이고 어쩌면 평생 신용불량자처럼 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우연히 봄씨는 지금까지 민사 소송을 하면서 진행되었던 지인의 계좌 조회를 통해 거액의 현금이 수차례 흘러간 정황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동일한 인물이었고 그게 그의 친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변호사님, 이런 경우에는 지인이 돈을 빼돌린 거 아닌가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


이런 경우 고려되는 것이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다. 채무자는 채무를 인정하고 있지만 현재 돈이 없고, 앞으로도 돈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만 이런 결과에 이르기 전에 배우자나 가족 등에게 돈을 보낸 정황이 있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재산을 빼돌린 것이 되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변호사 생생정보마당 출연 중
' 그렇다면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무엇일까? '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채권자 취소소송이라고 하는데 민법 제406조에서 정하고 있다.

제406조(채권자취소권) ①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 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전항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이처럼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우선은 1) 채권자의 채권이 있는 상태에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로부터 사해행위(재산을 빼돌리는 행위)가 발생하여야 하고 2)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다는 것에 대한 고의 또는 인식이 있어야 하며 3) 이를 받은 수익자 또는 전득 자도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소송의 피고는 채무자가 아니라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되며,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채무자와 수익자(또는 전득자)에 대한 계약을 취소시켜 사해행위로 빼돌린 재산을 채무자에게 다시 회복시킨 다음 이에 대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취소 채권자의 사해행위 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의하여 채무자에게로 회복된 재산은 취소 채권자 및 다른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취급될 뿐 채무자가 직접 그 재산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28. 2010후 1435 판결).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


' 그렇다면 채무자가 1인의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경우에도 다른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까? '


돈이 흘러간 것은 알겠는데, 그게 다른 채권자에 대한 변제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것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가능할까? 다른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에 대하여 평등하게 배분 받아야 하는데 채권자 한 명에게만 변제를 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채무자가 특히 일부의 채권자와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를 가지고 변제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구하는 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행사로서 다른 채권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이것이 방해받아서는 아니 되고, 채무자도 채무의 본지에 따라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다른 채권자가 있는 경우라도 그 채무 이행을 거절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 4. 10. 2000다 66034). '라고 판시하여 다른 채권자에 대한 변제행위를 두고 사해행위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비슷한 취지에서, '기존의 금전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양도' 하거나(대법원 2004. 5. 28. 2003다 60822),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기재된 공정증서를 작성해 준 행위(대법원 2015. 10. 29. 2012다 14975 판결)'도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고 실질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사해의사를 밝힐만한 증거가 많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따라서 핵심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한 필요한 경우 계좌조회 등을 통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이와 관련해서는 사실 많은 소송기술적인 측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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