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그리는 그림.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다.
내 그림 실력은 초등학교에서 멈춰버린 듯하다. 투박하고 단순하고 자세히보면.. 나름 귀엽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나름 귀엽다고 말하지만 예전에는 나는 그림을 '못그린다'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딸이 태어나고 조금 자라면서 그림그리기 놀이를 하곤 했는데 나에게 기린이라 코끼리 강아지같은 동물을 그려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어쨌든 그린다고 그렸고 못그려도 우리딸은 항상 예쁘다고 잘그렸다고 너그럽게 칭찬해줘서 그렇게 몇십년만에 그림그리기 놀이에 눈을 떴다.
딸은 그림을 그리면 오랫동안 혼자 그림을 그리며 노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그림들이 많은데 그래도 딸은 한 번도 나 못그린거 같아 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런 딸아이의 그림을 보고 이건 못그렷네 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못그렸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아이가 '나 잘그렸어?'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 아이의 그림 속에서 잘 그린 부분을 찾아 항상 칭찬을 해주곤 한다. 선을 똑바르게 잘 그렸네~ 라던가 동그라미가 너무 이쁘다라던가 하는 식으로. 좋은 점을 찾는 방법을 아이를 통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내 그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펜을 잡은 순간부터 할 수 있는 놀이 중 하나가 아닌가.
잘 그리지 못한다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 참 오랫동안 그림그리는 것에 대해 내가 잘 못하는 거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같다. 그리고 나는 잘 못해, 그래서 안해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
한달 전쯤 서점에서 '쉽고 예쁜 손그림 그리기'라는 책을 샀다.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고 따라그리기도 쉬워 스스로 그림그리기 놀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샀는데 아이에게 그려줬더니 '엄마 정말 잘그린다'라는 칭찬이 돌아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춤게 한다더니 아이의 칭찬을 매일 듣다보니 나스스로도 내 그림이 귀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작은거라도 항상 칭찬해주려는 태도를 가지려 노력했는데 나에게는 그 동안 참 야박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모든 것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